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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문학 수필이 있는 이야기

잠자리 하늘을 날고
<隨筆> 임미리
2021. 08.14(토) 10:09확대축소
작가 임미리


햇살이 불처럼 뜨거운 무더운 날들이다. 시간이 흐르는지도 몰랐는데 벌써 입추가 지났다. 하늘이 파랗다.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하얗게 떠다닌다. 나는 구름이 되어 파란 호수에 빠지는 착각을 일으킨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뜨거운 햇살조차도 아름답게 빛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상쾌한 기분 때문에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잠자리는 하늘을 날고, 호기심이 잠자리를 쫒는다. 짝짓기를 하는 잠자리를 셈하다 보면, 시골에서는 사람 수보다도 잠자리 수가 더 많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아무도 없는 가로수 길, 잠자리처럼 날개를 펼친다. 무수히 많은 그것들과 부딪치는 느낌. 미세하지만 마음 한 쪽이 아려온다.

저 잠자리, 하늘을 날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습한 곳에서 보냈을까? 물속에서 애벌레로 지내다 허물을 벗고 날개를 펼칠 때까지 얼마를 기다렸을까? 하늘을 나는 것들을 보면서 궁금증이 발동하여 잠자리에 관한 내용들을 검색해본다.

잠자리는 파리·모기·나비 따위의 살아있는 곤충을 잡아먹고 살기에 우리에겐 유익한 곤충이라는데, 물가에서 살지만 한 때 물가를 떠나 숲이나 높은 산으로 이동하여 살다가, 다시 물가로 가서 알을 낳는 것이 많다고 한다. 겨우 습한 물가를 떠나 살다 다시 물가로 회귀하는 잠자리의 삶에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원칙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애벌레로 보낸 시간이 없었다면, 애벌레에서 허물을 벗지 못했다면 하늘을 날 수 있는 예쁜 날개를 가질 수도 없었을 것이다. 올해는 유난히 잠자리가 많이 보인다. 하늘을 나는 잠자리와 함께하는 이 시간들이 눈물 날만큼 소중해진다.

하늘을 나는 잠자리를 보니 어린 시절 방학숙제로 곤충채집을 했던 기억이 난다. 곤충 중에서도 흔한 것이 잠자리여서 유독 잠자리를 종류별로 채집을 했다. 잡기도 쉬웠고, 잠자리를 따라 다니다 보면 잠자리의 날갯짓 속 날개의 색이 얼마나 예쁘던지 넋을 놓고 바라보곤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여름방학만 되면 잠자리는 아이들 때문에 수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 시절엔 방학이 되어도 크게 할 것이 없었다. 방학숙제가 있긴 했으나, 요즘 아이들처럼 숙제에 매달려 있지도 않았고, 학원에 다니지도 않았다. 그저 학교를 가지 않고 쉬는 날이었다. 그 시절엔 누구나 여름이면 친구들과 개울가에서 멱을 감고, 동생들을 돌보고,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도록 매미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나무 밑에 앉아 공기놀이를 하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 여름의 끝자락에서 탈이 났다. 마을에서 조금만 가면 산모퉁이를 돌아서고 그쯤에 작은 수로가 있었다. 넓지도 않던 물길이었다. 동생과 멱을 감다가 물을 먹었다. 잠자리의 속살처럼 부드러운 날개가 어디서 돋아났는지 몸이 공중으로 부양되는 것 같았다.

마음이 황홀해지는 묘한 느낌 속에서도 무엇인가를 잡고 일어서려는 부단한 몸짓을 했다. 드디어 수초를 잡고 간신히 허우적거리면서 몸을 일으켜 세워 물속을 빠져나왔다. 집에 가지 않으려하는 동생의 손을 잡고 강제로 집으로 돌아왔었다. 돌아오는 산모퉁이를 따라 고추잠자리들이 떼를 지어 공중을 회전하고 있었다. 빙글빙글 하늘이 돌아가는 무서움증을 잠자리 날갯짓에 감추고 보냈던 여름이 있었다.

그 뒤로 물가에 가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해수욕장에 가서도 저만치 나무그늘에 앉아 있을 뿐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그 흔한 일도 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속도 모르고 물속으로 끌어들이려고 했지만 물속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을 알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많은 시간들이 흘렀지만, 마음 속 어딘가에는 물에 대한 무서움증이 자리 잡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도 잘 안 마시고, 물 종류는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물에 빠진 고기, 물에 빠진 음식들, 국물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물을 많이 먹어야 좋다고 사람들이 말을 해도,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다 좋은 것은 아니라고 무수하게 많은 쾌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어느 해인가는 수영을 배워보려고 수영장에 등록도 해보았다. 하지만 수영장에 가서 물만 먹고 돌아왔다. 그 뒤로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그저 멀리서 동경만 하고 있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빠져 나왔을 때 파란하늘을 수놓고 있었던 눈물이 나게 예쁘던 잠자리들, 아무 근심도 없던 그 시절이 그립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잊을 수 없었던 그 날이 있었기에 하늘을 우러르는 오늘이 있다. 애벌레를 벗어던지고 날개를 얻은 잠자리들을 본다. 하늘이 눈부시게 푸르다. 잠자리 날개처럼 세계가 아름답게 펼쳐지기를 소중한 시간들로 기록되기를 생(生)에 기도를 해본다.

- 隨筆약력 -
․ 화순초등학교 60회
․ 2008년「현대수필」 등단
․ 2008년「열린시학」 등단
․ 저서 시집『물고기자리』,『엄마의 재봉틀』
․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수료
․ 현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전담강사


화순일보 mire53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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