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이다. 눈을 뜨면서 깜짝 놀라 핸드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했다. 오늘은 절에 가는 날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살기에는 너무 지루한 생이라 한 달에 한 번은 꼭 절에 가려고 노력한다.

몇 년째 그러고 있지만 무늬만 절에 다닌다. 불경을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지만 신심이 두터워서 다니는 것도 아니다. 한 달에 한번 부처님 앞에 서는 일마저 하지 않으면 삶의 의미가 없어질 것 같아서이다.

올해는 일요일마다 사시 기도에 동참해야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다. 삶에는 어떤 결정적인 순간이 있기도 한 것이라서 잠시 그런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그런데 벌써 2월 끝자락이다.

일요일 아침, 시계는 9시가 넘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대충 청소를 하고 샤워를 하고 간단히 화장을 했다. 일주일째 밀린 쓰레기를 버리고 핸드폰을 보니 벌써 11시가 넘었다.

함께 모여서 같이 절에 다니는 도반들이 있다. 만나기로 한 시간은 11시 40분이다. 내가 지루할 때는 시간이 가지 않지만, 마음이 바쁠 때는 시간도 빠르게 가는 것이라서 시간은 대체로 내편이 아니라는 것을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흐르는 시간 앞에 마음이 바빠졌다.

신묘장구대다라니 독송을 몇 년째 하다가 얼마 전 기초적인 교리를 끝내고 오늘부터는 천수경 공부를 하기로 한날이다. 법회 때마다 천수경 기도를 해도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모르면서 했던 것 같아서 이번에 스님과 공부를 하기로 한 것이다.

공부를 한다고 해서 지천명이 넘은 나이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마는 그래도 아니 한 것보다는 삶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것이다.

사람은 안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지천명이 넘으니 세상이 조금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논어의 위정편(爲政篇)에 공자가 나이 쉰에 천명(天命)을 알았다고 해서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뜻으로 지천명이라고 한다는데 잘 모르겠다.

그래도 조금은 세상이 보이는 것 같은데 슬프고 씁쓸하고 아니 보았으면 좋았을 것들이 더 많이 보인다.

천수경은 불자들이 가장 많이 읽는 경전이다. 그리고 모든 의식에서 맨 먼저 읽는 경전이기도 하다. 천수경을 읽고 뜻을 풀이하고 공부를 했다. 입으로만 중얼거렸던 것들, 뜻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되짚어 보자는 뜻에서였다.

사람은 살면서 많은 죄를 짓고 산다. 신삼구사의삼[身三口四意三]이 있다. 십악(十惡)이라고도 하는데 몸으로 짓는 살생, 도둑질, 사음의 세 가지 악행과 입으로 짓는 거짓말, 꾸미는 말, 악담, 이간질의 네 가지 악행과 마음으로 짓는 탐욕, 노여움, 옳지 못한 견해 세 가지 악행을 말한다고 한다.

천수경의 첫 구절에는 입으로 짓는 악행을 하지 말라는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으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살면서 입으로 짓는 악행을 참 많이 한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다.

오늘 절에 오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내용이지만 오늘부터는 실천해야겠다고 하면서도 날마다 무심코 많은 실수를 하면서 사는 것 같다. 내일이면 또 잊어버리고 입으로 많은 죄를 짓겠지만 오늘은 구업을 맑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스님은 불교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사소하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라고 하신다. 우리가 깨닫고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상적인 일들, 우리의 삶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불교가 있는데 우리는 다만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스님께서 화두를 주셨다. 올 한 해 화두를 ‘나답게 사는 것’으로 잡으라신다. 나답게 사는 것, 나답다 그게 무엇일까? 지천명이 넘었는데 나는 이 나이에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체 살고 있다. ‘나답게 살기 위해’ 이제라도 나는 나를 찾아 길을 나서려고 한다.


- 隨筆약력 -
․ 화순초등학교 60회
․ 2008년「현대수필」 등단
․ 2008년「열린시학」 등단
․ 저서 시집『물고기자리』,『엄마의 재봉틀』
․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수료
․ 현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전담강사
․ 현대수필문인회원
․ 한국작가회원
․ 동천문학상, 열린시학상 수상

화순일보 mire537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