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리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정부와 학부모가 아이들을 위해 쓰라는 교비를 수년간 쌈짓돈처럼 써 왔기 때문이다. 교육당국도 비리 사립유치원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뒤늦게 칼을 빼 들었다. 이번 만큼은 강경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는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2013∼2017년 감사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된 사립유치원 1878곳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박 의원이 공개한 비리 행태를 보면 아이들을 볼모로 유치원에서 벌어진 일인지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국민 혈세로 명품 가방 구입과 아파트 관리비, 고급차 유지비, 노래방·숙박업소 사용, 종교시설 헌금 등으로 사용한 유치원장이 있는가 하면 급식 식재료를 산다는 명목으로 수차례에 걸쳐 술과 옷 등을 구입한 유치원장도 있었다고 한다.

일부는 교직원 복지 적립금 명목으로 개인 계좌에 돈을 부당하게 적립하거나 교육업체와 손잡고 공급가보다 높은 대금을 지급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교비를 횡령하는 등 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일부 사립유치원 비리가 이 지경인데 그렇다면 화순지역 사립유치원은 어떨까. 화순에는 사립유치원은 3개소가 운영 중이며, 유아수는 지난 4월 기준 214명이 다니고 있다.

2018학년도 화순지역 사립유치원의 지원금 현황을 보면 A유치원의 경우, 담임수당 처우개선비 학급운영비 등 총 3억7천400여만원을 받고 있고, B유치원은 저녁돌봄운영비를 포함해 총 3억100여만원을, C유치원은 2억6천여만원을 각각 지원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임수당, 교사 처우개선비, 학급운영비, 방과후과정 운영비, 유아학비 등 다양하게 지원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유치원별로 받는 지원금이 상당하다.

화순교육지원청도 이번 비리 유치원 사태가 남일 같지 않아 화순지역 사립유치원 3개소에 대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의 지원금 사용과 관련한 회계자료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유인 즉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지침이라는 것이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다. 지원금을 주고도 감사는커녕 회계자료 요구도 묵살당하는 사태에 고개를 저었다.

지원금은 보조금과 성격이 달라 교육당국이 자료제출과 감사 등 강제권한이 없다보니 사립유치원들이 이를 악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초·중·고교와 국·공립유치원은 회계 흐름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는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사용하고 있지만 사립유치원만은 예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 개정을 이제야 서두르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무소불위’ 횡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화순처럼 인구 6만명이 훨씬 넘는 전남 지자체 중에서 공립단설유치원이 없는 곳이 유일하게 화순군이다.

교육청은 지난 3~4년여 전에 공립단설유치원을 설립하기 위해 부지선정 등을 앞두고 있었으나 화순지역 사립유치원의 반발로 무산됐다고 한다. 당시 사립유치원측은 화순군의회를 방문해 과격한 실력행사를 벌이며 공립단설유치원 설립을 막았다는 것이다.

이유는 뻔하다. 유치원생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지원금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이들이 그토록 단설유치원 설립을 막아섰던 것은 안타깝지만 결국 돈으로 귀결된다. 사립유치원들은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유치원을 운영한 터라 지역에서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이다.

각종 선거에서 유권자인 학부모들에게 ‘갑’의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아 선출직 공직자들이 이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군의회 의원들이 표를 얻기 위해 백년대계의 기초인 지역의 중요한 보육문제를 특정집단의 실력행사에 무릎 꿇는 것은 너무나 비굴한 처사다. 사립유치원 비리의 방조자나 다름없다. ‘선출직 공직자, 의원 위에 원장님’이라는 비야냥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 사립유치원은 사립학교법상 엄연히 학교로 분류돼 있는데도 사유재산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국가회계관리시스템을 적용받지 않았었다.

이번을 반면교사 삼아 보육은 국가와 지방정부, 지방의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차제에 법 개정을 통해 국가감시시스템을 구축, 처벌을 강화하고 비리가 드러난 사립유치원은 발본색원해 일벌백계로 삼아야 할 절호의 기회다.


편집국장 김성권 mire537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