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교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익숙한 듯 하면서도 낯선 문화재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문화재 활용'이라는 명목으로 예절교실이나 문화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민들 속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화순현과 동복현, 능주현이 합쳐져 만들어진 화순군에는 화순향교와 동복향교, 능주향교 등 3곳의 향교가 있다.

향교는 지역인재양성을 위해 세워진 공립교육기관으로 각 현마다 1개의 향교를 둔 때문이다.

화순읍 교리에 위치한 화순향교 앞에 이르면 둥근 기둥 두개를 세우고 위에는 지붕이 없이 화살모양의 나무를 나란히 세워 놓은 홍살문이 눈에 띈다.

홍살문은 홍전문(紅箭門) 또는 홍문(紅門)이라고도 부르는데 신성한 곳임을 알리기 위해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신라시대부터 세우기 시작했다고 전해지는데 유교사상이 지배하던 조선시대에는 유교에 따라 충신, 효자, 열녀를 권장하면서 이들의 집 앞에 표창의 의미로 홍살문을 세우기도 했다.

홍살문 옆에는 하마비(下馬碑)가 세워져 있다. 하마비는 '신성한 곳이니 말을 타고 이 곳을 지나는 사람은 누구든지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표식이다.

신성한 곳이니 말에서 내려 예의를 갖추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

하마비에 눈길을 준 후 홍살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화순향교' 현판이 붙은 대문이 나오는데 3개의 문으로 되어 있다. 왜일까? 인간과 신이 다니는 길을 구분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향교는 교육기관인 동시에 공자를 비롯한 선현들의 위패가 모셔진 곳이기도 하다. 신을 모시고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보통의 살아있는 사람들은 항상 오른쪽의 문을 이용해 드나든다. 오른쪽으로 들어갔다가 오른쪽으로 나오기 때문에 들어가는 문과 나오는 문이 달라진다.

가운데 문은 신(神)들이 드나드는 문이다. 신들을 위해 준비한 음식은 가운데 문을 넘을 수 있지만 살아있는 사람은 넘을 수 없다.

가끔 3개의 문이 활짝 열려 있는 날이 있는데 이때 위풍당당 가운데 문으로 드나들었다가는 어르신들로부터 호통을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화순향교에는 전라도에서는 유일하게 누각이 세워져 있다. 누각의 이름은 '만화루(萬化樓)'이다.

만화루는 여름철에 유생들이 공부를 하거나 향시장(鄕試場), 지방시험 장소 등으로 쓰였다고 알려졌다.

만화루의 유래는 확실치 않지만 왕비나 정승 등 높은 사람이 출생한 고을에 세웠다고 전해진다.

박미경 기자 mire5375@hanmail.net        박미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