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옳지 않은 일을 하고 잘 사느니 옳은 일을 하고 곤궁한 것이 낫다”고 말했던 고 홍남순 변호사, 이 말 한마디에 그의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생을 인권과 정의를 위해 헌신해 온 홍남순 변호사의 생애는 반독재 민주화를 향한 상징이었고, 시대정신 그 자체였다. 1960년대 이래 크고 작은 민주화 투쟁에서 결코 고 홍남순 변호사의 이름 석 자가 빠진 적이 없었다. 광주 민주화 운동 중심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시대의 의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화순출신의 판사 고 홍남순 변호사는 1912년 7월 20일 전라남도 화순군 도곡면에서 아버지 홍창식(洪昌植)과 어머니 박도남(朴道南)의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63년 호남 민주화운동의 산실이며 ‘민주 사랑방’으로 불리던 광주 동구 궁동 가옥에 사무실을 열고 양심수 변론을 맡아 평생을 인권변호사 활동과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다.

1960년 대일 굴욕외교 반대투쟁위원회 전남부위원장, 1969년 3선개헌 반대 범국민투쟁위원회 전남위원장, 1980년 5·18 수습대책위원, 1985년 5·18광주민중혁명기념사업 및 위령탑건립추진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5·18 진상규명과 시민 명예회복 활동을 하다가 2006년 타계했다.



◇민주화투쟁의 시작
고 홍남순 변호사가 민주화투쟁의 길에 들어서 첫 번째로 맞이한 사건은 1960년대 중반 불길처럼 전국에 걸쳐 일어났던, 한일협정반대투쟁이었다. 당시 변호사 개업을 한 지 얼마 안 된 홍남순 변호사는 한일협정반대투쟁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그의 민주화투쟁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1970년대 재야 민주화운동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민주수호국민협의회 전남대표로 홍남순 변호사는 만장일치로 추대되었다.

또 1978년 7월에는‘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위한 국민연합’에 참여해 재야 민주화투쟁에 줄기차게 동참했을 뿐만 아니라 전남. 광주의 민주화투쟁을 이끌었던 그는 한국 민주화운동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다.

◇인권 변호사
홍남순 변호사는 1948년도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광주지방법원 판사로 발령을 받았다.

자유당 말기 1958년 4대 국회의원 선거 때 그는 광주 을구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게 되는데, 이것이 그의 인생항로를 결정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당시 박정희 군사정권이 굳어져 가는 시국, 광주에서 발생한 사건은 거의 예외 없이 홍남순 변호사의 몫이었다.

그후 점차 그 범위가 넓어진 변론활동은 전국 방방곡곡, 권력에 의해 불의의 희생을 당하거나 어디 호소할 데 없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어김없이 홍남순 변호사가 달려갔다.홍남순 변호사가 인권변호사로서 수임한 정치범(시국사범)의 숫자가 93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 숫자는 정식으로 수임한 피고인의 숫자일 뿐, 사건 관련자 숫자는 아마도 그 열 배인 930명이 넘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홍남순 변호사가 인권변론에 투신해 바친 그 열정과 헌신은 장엄했다. 뜻있는 사람들이 겪은 1960년대, 70년대의 법정 그 어디에든 그가 있었다. 그는 틈만 나면 전국 각지의 교도고소를 돌면서 의로운 사람들, 고통 받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위로했다.

감옥에 있는 고 김대중 대통령을 찾아간 횟수만도 무려 39회에 달했다. 법정에서의 변론 못지않게 양심수를 찾아 위로했고, 정의와 양심으로 그들과 함께 변론을 대신했다.
평생을 인권변론에 바친 일생을 홍남순 변호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시국의 물줄기를 바꿀 수는 없다 하더라도 내 힘으로 정의의 작은 불씨라도 일으키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모진 수난도 감내했다.

생전에 인권변호사로 활동 사진.

◇광주민주화운동의 큰 획을 긋다
5월 18일 당시 홍남순 변호사는 “죽더라도 광주에 가서 죽고, 살더라도 광주에 가서 살겠다.”는 뜻을 밝히고 광주민중항쟁의 오월, 민중들과 함께 했다. 이후 내란죄를 범한 국사범으로 몰려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홍남순 변호사는 1981년 12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되기까지 1년 7개월 동안 감옥에서 고난의 세월을 보냈다.

◇화순군 故 홍남순 변호사 화순 생가 복원 추진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고 홍남순 변호사가 태어나고 자란 화순 생가 복원이 추진된다. 화순군은 화순출신의 그가 일생을 통해 보여줬던 민주인권 옹호와 저항정신을 널리 알리는 데 활용키로 하고 ‘생가복원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했다.

군은 관련 사업비로 2억6000여만원을 확보해 가족들의 기억을 살려 안채(51.84㎡)와 부엌, 사랑채 등 최대한 원형을 살리는 형태로 복원할 예정이다. 화순의 홍 변호사 생가가 복원되면 5·18 사적지인 광주시 동구 궁동 주택과 함께 홍 변호사 기념사업을 활성화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민주 사랑방’으로 불렸던 홍 변호사의 광주시 동구 궁동 주택의 5·18사적지( 제29호) 지정에 이어 화순출신인 그의 의로운 삶을 기억하고 계승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생가터 복원
설명화순군은 도곡면 효산리 209번지 일대 고 홍남순 변호사의 생가터(383㎡)에 목조 초가(84.24㎡) 형태로 생가를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혜와 의로운 정신, 후대의 유산으로
화순출신 의인 홍남순 변호사의 업적과 시대정신을 기리고,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5.18민주화운동을 정점으로 한 대한민국 민주대장정의 등불이었던 홍남순 변호사의 지혜와 정신을 후대의 유산으로 이어가야할 것이다.

또한, 광주와 전남지역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을 민주인권평화의 상징공간으로 올곧게 가꾸어나가야 할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화순 지역 주민들이 자긍심으로 여길 만한 고 홍남순 변호사의 가옥이 늦게나마 5·18민주화운동 사적지로 지정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홍남순 변호의 인생을 세계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담은 시민정신으로 승화시키는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홍남순 변호사 생가터 복원 항공 사진.

정소윤 기자 mire5375@hanmail.net        정소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