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복댐은 1971년 만들어졌다. 광주시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댐을 만든 전남도는 1973년 댐 일대 1만2656㎢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뒤 광주시에 댐 관리권을 맡겼다.

댐이 들어서면서 형성된 화순 동복호에는 비경을 자랑하는 적벽이 있다. 그동안 동복호는 민간인 출입이 금지됐지만 30여년만에 개방되고, 적벽을 보기 위한 관광객이 매년 늘고 있다.

그런데 국가문화재 명승지 제112호 지정된 화순적벽이 자리하고 있는 화순 동복호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관리권을 놓고 광주시와 화순군이 수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화순군이 최근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른 화순적벽의 가치를 살려 '적벽 관광명소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광주시는 150만 광주시민에게 공급되는 식수원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관광개발로 인한 수질오염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복댐 관리권 다툼?
민선6기 들어 구충곤 군수 취임이후 화순군이 동복호의 관리권을 행사하기 위한 의지가 단호해졌다.
과거 전임 군수시절보다 정부와 광주시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행정력을 총동원해 동복호의 관리권을 가져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 화순군은 광주시에 보낸 공문을 통해 동복댐 상수원보호구역의 관리권과 관련해 관련 법에 따라 효율적인 수질보호와 지자체의 정당한 권한행위를 하고자 한다고 관리권을 화순군으로 넘겨 줄 것을 요청했다.

또 군은 수도법 제8조 제1항을 보면 상수원보호구역은 해당 구역을 관할하는 자치단체장이 관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동법 시행령 제16조 제1항에 상수원보호구역과 그 상수원으로부터 수돗물을 공급받는 지역이 둘 이상의 시도에 걸쳐 있는 경우에는 관계 시도지사가 협의해 결정하는 시도지사 또는 군수가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

이같이 수도법의 경우 상수원보호구역 관리는 해당 구역을 관리하는 자치단체장의 권한행위가 당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광주시가 화순군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는 화순군의 주장이다.

화순군은 이같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강력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광주시가 동복댐 관리권과 관련해 변함없이 계속적으로 권한행위를 할 경우 화순군은 지역민을 비롯해 각종 민간단체와 함께 적극 대처해 나갈 계획이어서 물리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권한행위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또 화순적벽 입구나 도로 주변의 철조망 펜스를 철거하고 광주시와 화순군이 공동으로 근무자(청원경찰)를 배치하는 방안도 요구했다.

화순군이 전남지역 대표 관광명소로 떠오른 화순적벽을 중심으로 관광명소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동복호 관리주체 조정을 요구한 것이다.

화순군은 총 사업비 39억원을 투입해 적벽탐방길, 하늘전망대 등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화순적벽 관광명소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화순군 관계자는 "팔당댐의 경우 상수도보호구역 출입제한을 위해 설치된 펜스를 철거하고 다산생태공원 물안개공원 등을 설치해 놓고 있다"며 "수도법상 상수원보호구역 관리자가 화순군수이기 때문에 정당한 권한 행사를 하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광주시는 “150만 광주시민의 상수원인 동복호의 수질 오염과 상수원보호구역 부실관리 등이 우려된다”며 관리권 조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환경부가 지난 2003년 광주시를 동복호 관리권자로 인정했는데, 이를 화순군으로 조정할 경우 난개발이나 수질오염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특히 광주시는 상수원보호구역 관리권에 관한 규정이 분명한데도 화순군이 행정절차 고려 없이 무리한 공문을 보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동복호는 150만 광주시민의 주요 상수원인데다, 토지의 대부분을 광주시가 소유하고 있다"며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될 당시부터 관리자는 광주시였는데, 이제와서 관광개발을 이유로 조정을 원하는 것은 행정절차상 맞지 않다"고 말했다.

◇타 지역 팔당댐은 어떻게
화순군은 동복댐의 관리권을 찾아오기 위해 타 지역의 사례 파악에도 나섰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팔당댐은 서울, 경기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 2천600만명에게 식수원으로 제공되고 있다.

1975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팔당댐은 상수원 확보와 수질보전을 위해 건축물 등 신·증축, 입목의 재배·벌채 등을 원천금지하고 있고, 음식점, 관광숙박업, 축사 등도 금지하고 있다.
경기도 수자원본부는 수도법에 의해 이같은 금지행위만 단속하고 불법 건축물 등 시설 행위는 관할 시장, 군수가 단속권한을 갖고 있다.

연인원 5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팔당댐은 2008년 출입제한을 위해 설치된 휀스를 일제히 철거하고 친환경 목책으로 교체해 탐방 테크를 설치, 관광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최영남 팔당댐상수원관리 팀장은 화순군과의 면담에서 “수도법 제8조에 의거해 상수원보호구역 관리자가 화순군수이기 때문에 광주시와 협의가 불필요하다”면서 “적벽 개방에 따른 협약도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화순군수는 법적인 관리자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군은 환경부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상수도보호구역에 대한 행위허가권은 화순군수에게 있다”면서 “행위허가시 사전에 광주시에 협의 요청하는 것은 의견수렴 차원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근거로 동복댐 관리는 해당 지자체인 화순군이 권한행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해묵은 15년의 갈등
동복수원지는 지난 1971년 화순군 이서면, 동복면, 북면 일원에 총저수량 9953만㎥ 규모로 설치돼 1985년 확장됐으며 지난 1973년 5월 1만2656㎢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당시 전남도지사는 광주시를 관리자로 지정했다.

상수원 보호구역 관리권 분쟁이 처음 시작된 것은 지난 2003년 2월 화순군이 환경부에 관리주체 조정을 요청하면서부터다.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와 지역개발이 그 배경이었다.

당시 환경부가 광주시를 관리권자로 인정하자, 화순군은 지난 2008년 관리주체 재검토를 요청했으며 환경부는 광주시와 화순군 양자가 협의해 결정하도록 회신했다.

현행 수도법과 상수원관리규칙 등에는 관할 지자체가 협의해 결정토록 하고 있으며 협의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 환경부 장관이 행자부 장관과 협의해 지정토록 하고 있다.

◇앞으로 전망은?
동복호 관리권 분쟁이 재현되고 있는 것은 화순적벽이 전남의 대표 관광명소로 떠오른 것과 무관하지 않다.

화순적벽은 동복호 상류로부터 7㎞ 구간에 걸쳐 형성된 절벽(노루목적벽)으로, 중국 적벽에 버금간다고 해서 적벽으로 불리고 있다. 올해 초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 제112호로 지정됐다.

동복호가 지난 1973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화순적벽에는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돼 왔으나 지난 2014년 10월 광주시와 화순군의 상생합의로 30여년 만에 개방됐다.

이후 화순적벽을 찾은 관광객이 지난 2015년 3만239명, 2016년 2만7073명에 달하는 등 전남의 대표 관광 명승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화순군은 '화순적벽 관광명소화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반면 광주시는 시민들의 식수원인 '상수원 오염'을 이유로 관광개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화순적벽이 위치한 동복댐의 관할 지자체는 화순군이고, 상수원보호구역 관리권자는 광주시로 양측의 관리권 조정 없이는 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0여년 만에 화순적벽 개방에 합의했던 광주시와 화순군이 동복댐 관리권을 놓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향후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성권 기자 ksg5726@naver.com        김성권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