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9 대통령선거 이후 야권의 심장부로 불리던 광주전남을 대표하는 호남의 정치지형도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장미대선을 통해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반면 지난해 총선에서 '호남맹주'가 된 국민의당은 끝 모를 추락이 이어지고 있어 1년만에 운명이 뒤 바뀐 모양새다.

여기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특채 의혹 제보조작 사건으로 더욱 더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는 형국이다.

정부와 여당에 대한 협조 방침으로 기울였던 국민의당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일명 ‘머리자르기’ 발언으로 협치에서 방향을 선회, 국회 추경심사 등 의사일정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정국 주도권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당이 낭떠러지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반전의 계기로 삼기 위해 추 대표 발언에 대한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국민의당으로서는 국면전환의 타계책으로 삼고 있는 분위기다.
이처럼 호남의 맹주로 삼고자 하는 양당이 치열한 정국주도권을 잡기위한 것은 내년 지방선거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양 당의 처지가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정반대로 바뀐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한뿌리'에서 갈라진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그동안 호남에서 두 차례 진검승부를 벌였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광주에서 8석을 석권하는 등 호남 28석 중 23석을 휩쓸며 야권의 적자로 인정받았다.

국민의당의 녹색바람과 ‘안풍(안철수 바람)’이 태풍이 됐던 것이다.

하지만 촛불정국과 대선을 거치면서 호남민심이 심각하게 이반, 당의 최대 지지기반을 민주당에 내줬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장미대선'에서 얻은 득표율은 광주 30.08%, 전남 30.68%, 전북 23.76%에 그쳤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광주 61.14%, 전남 59.87%, 전북 64.84%로 안 후보 보다 2배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엔 민주당이 호남 주도권을 완전히 잡아가는 형국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호남 지지율이 60% 안팎을 기록하며 국민의당을 압도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낙연 전남도지사를 국무총리에 기용하는 등 호남 출신인사를 중용한데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등에서 보여준 행보가 민주당 지지율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떠났던 지역민심은 민주당 입당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광주시당에 따르면 대선 이후 2개월동안 시당에 입당원서를 낸 시민들의 숫자가 3000여 명에 달할 정도다.

반면 국민의당은 당의 최대 지지기반이던 호남의 지지율이 한자릿수까지 떨어지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악전고투 중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 제보 조작 사건까지 겹치며 당의 존폐위기까지 몰려 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국민의당은 이제 광주의 치욕이 됐다. 혹독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비난하는 등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발' 대규모 탈당설이 끊임없이 제기될 정도로 지역 정치권은 뒤숭숭하다.

권은희 광주시당위원장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총 당원수의 변화가 거의 없다"며 "호남발 집단탈당은 '사실무근'"이라고 긴급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권 위원장은 "현재 당의 상황이 어렵지만, 내부적으로는 더욱 반성하고 단합하여 신뢰의 초석을 다시 다지자는 의지가 대단히 크다"며 "책임있는 자세로 국민께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대선 이후 정치지형도가 이처럼 급변하는 가운데 국민의당의 운명이 내년 호남지역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호남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당선된 문 대통령을 등에 업은 민주당과 국회의원들이 다수 포진한 국민의당이 지방선거에서 혈투를 벌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민의당은 호남 지방선거 결과가 당의 운명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며 "2년 후 총선이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들도 대리전 양상인 지방선거에 '올인'할 수 밖에 없어 양 당이 뜨거운 혈전이 펼쳐질 전망이다"고 전망했다.


김성권 기자 ksg5726@naver.com        김성권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