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이 높아짐에 따라 조기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통령 선거결과에 따라 지역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여부에도 대해서도 지역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영산강유역 행정협의회는 화순군과 나주시, 목포시, 무안군, 함평군, 영암군, 담양군, 장성군 등 8개 시군 지자체로 구성됐다. 특히 영산강유역 행정협의회는 대선과 관련, 대형 공약 개발과 채택을 준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999년 3월 발족한 뒤 2003년 활동이 잠정 중단됐다가 2008년부터 전남도와 ‘영산강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는 영산강유역행정협의회 의장을 맡은 구충곤 화순군수에게 사업전망과 활동방향을 진솔하게 들어봤다. /편집자 주


◇영산강유역행정 협의회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십시오?.

= 영산강유역 행정협의회는 화순군을 포함해 나주시, 목포시, 무안군, 함평군, 영암군, 담양군, 장성군 등 8개 시·군 지자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난 1999년 3월 발족해 활동을 하다가 2003년 사업이 잠정 중단됐고, 그러다가 2008년부터 전남도와 ‘영산강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다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협의회의 의장은 운영 규약에 따라 윤번제로 돌아가면서 맡고 있고, 올해에는 순서에 따라 제가 의장을 맡게 됩니다.

◇영산강유역 행정협의회 의장으로서 영산강 역사문화사업 프로젝트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복안이나 대안이 있는지?.

= 영산강유역 행정협의회는 그동안 정례적인 모임을 통해 영산강 뱃길복원과 수질개선 등에 대해 공동대처하는 방안을 모색해왔습니다. 또 문화와 관광 등 분야에서 공동정책과제를 발굴하고 영산강 살리기 대탐사와 영산강 한마당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갖고 8개 시·군 공동의 이해와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대안을 내놓은 데는 미진한 측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난 2008년부터 전남도와 함께 추진했던 영산강 프로젝트가 현재 표류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뱃길 복원과 수질개선, 고대문화권과 연계된 관광문화권 조성 등의 사업은 구체적인 성과와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상태입니다.
대신 각 시군별로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지역의 특성과 장점을 살려나가고 있습니다. 문화와 관광, 수질 개선, 환경 보호 등 개별 분야를 넘어 광역 행정적 차원에서 협조와 공동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국제정세 변화와 국가의 미래비전을 강조하는데, 지역적 차원에서 영산강유역권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 지역발전은 자체적인 내부동력도 중요하지만, 중앙정부와 전남도 등과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하면 훨씬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의 대선국면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국면 속에서 시간표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정상적인 과정과는 달리 좀 더 빨리 치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선은 차기정부의 운영 주체와 국정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지방정부에서도 구체적인 공약 제시와 채택·이행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해서 지역발전에 유리한 국면을 개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호남은 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대형국책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외부적 계기는 물론 내부역량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수동적인 상태에 매여 있었습니다. 새누리당이 10년 동안 호남을 소외시킨 측면도 있지만 우리의 준비 부족과 대안 마련의 실패에 대해서도 많은 반성을 해야 합니다.

◇ 광주 아시아문화전당과 같은 대형 공약이나 광역 행정구역을 망라한 발전방안이 있다면?.

= 차기대선은 여야 사이에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사 정권이 바뀌지 않아도 호남 유권자의 목소리와 지역발전 방안을 차기정부의 주요 국정지표에 넣을 수 있는 내외적인 여건이 성숙되어 있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의 두 가지 사실이 매우 중요합니다. 첫째는 여야를 망라해 정치권 전반에서 중앙권력 분산과 지방분권 확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인도가 부상하면서 아시아 시대가 성큼 다가온 사실을 고려해야 합니다. 즉, 국내외 정세의 변화가 그동안 소외되고 낙후됐던 우리 지역발전을 위한 유리한 국면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됩니다.

사실, 지난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발전전략은 기술과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일 의존형 수출경제에서 지정학적으로 부산항이 중심이 되고, 인접한 포항과 울산, 마산과 창원, 구미와 대구 등 영남지역이 부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의 여러 국가가 부상하면서 목포와 완도, 진도 등이 앞으로 국제항구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배후의 영산강 유역권도 성장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입니다.

우리는 영산강 유역권과 서남해안권이 국제정세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차기정부에 시의적절한 개발전략 수립과 중앙정부 권한의 과감한 지방 분산을 요구해야 합니다. 아울러 영산강 유역권이 중심축에서 배제되어 있는 제4차 국토종합개발계획 수정계획의 변경도 요구해야 합니다. 또 참여정부 때 광주아시아문화전당 조성 등과 같은 대형공약이 채택돼 지역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 제4차 국토종합개발계획 수정계획의 변경과 관련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제4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은 2002년부터 2020까지 국토개발의 방향과 중장기계획을 수립하는데 기본적 지침이 되는 국토정책의 최상위 골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차세대 국토골격 형성’ 등 7가지 세부전략이 제시되어 있는데, 6번째의 ‘문화·관광국토의 구현’이 중요합니다. 전국의 중요 역사문화권을 백제, 신라·가야, 중원, 강화, 안동유교지역 등으로 구분해 특색 있는 권역을 조성하기로 돼있습니다.

그런데 영산강 유역권을 비롯하여 전남지역은 배제되어 있습니다. 지난 3차 계획 때에는 영산강 고대문화권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제4차 계획을 수립하면서 배제되었습니다. 지역과 지역의 연결이 중시되는 글로컬(Glocal)시대의 추세를 거스르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영산강 유역을 독자적인 문화권으로 다시 설정하고 제4차 국토종합개발계획 수정계획에 포함해야 법적인 요건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나주와 영암 등에 분포한 고대사회의 옹관고분 등을 고려해 마한문화권 등으로 지정할 필요성과 함께, 21세기 신 해양시대를 맞아 영산강 유역이 고대시기 아시아 여러 나라와 교류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전남 서남해권이 중국 등 아시아 여러 나라와 국제 교류를 하는 데 유리한 관문이자 지정학적 조건을 갖춘 사실 등을 들어 해양문화이 요충지로써 성격을 강조했으면 합니다.

◇ 영산강 유역이 독자적인 역사문화권에 설정되고 제4차 국토종합개발계획 수정계획에 포함되면 어떤 효과가 있습니까?.

= 백제, 신라·가야, 중원 문화권 등은 역사유적 정비와 복원, 문화유산을 활용한 관광산업 육성과 기반시설 조성 등에 엄청난 국비 예산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영산강 고대문화권이 제4차 국토종합개발계획 수정계획에 포함되면 법적인 근거에 의해 동일한 예산 지원이 가능해 집니다. 그 밖에도 백제와 신라 등 내륙 중심의 문화권과는 달리 영산강의 수질 개선, 아시아 각국과의 인적·물적 교류 확대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쉬어집니다. 획기적으로 지역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영산강 유역의 역사유적 원형보존과 정비, 도로와 항구 등 기반시설 구축, 관광거점 시설 마련, 박물관 등의 조성은 물론 영산강 수질 개선과 뱃길 복원, 역사문화단지 및 다양한 특구 조성, 세계문화유산 등재, 사적지 확대 등을 중앙정부와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됩니다.
목포와 영광, 진도 등을 국제항구로 개발해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와 뱃길을 연결하면 인적·물적 교류가 대폭 늘어날 것입니다. 향후 30여 년 이후엔 호남의 중흥과 르네상스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 지역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존, 교류와 소통의 중심무대가 될 것입니다.

◇ 차기 대선을 활용하기 위한 로드맵이나 구체적인 대안은 있는지?.

= 지난 12월 영산강유역 행정협의회 정기총회가 담양에서 개최된 바 있습니다. 단체장을 대신해 부단체장들이 참석했는데, 우리 지역의 역사문화자원 등을 활용해 미래 발전 전략을 담아낼 수 있는 대형공약을 만들기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선례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서 많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전남도와 기초 자치단체 주관으로 대형 공약을 제안해서 채택된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우리 지역을 찾는 유력 대권후보자들 역시 영산강 유역권의 발전전략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고, 공약도 마련되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대부분 5.18 정신계승, 전남 동부권 산업단지 활성화와 4차 산업혁명과의 연계, 전남 서부권 조선소 회생방안 마련, 광주문화전당 운영 정상화 등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중앙정치권의 공약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지역이 주체가 돼서 대형 공약을 개발하고 적극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영산강유역 행정협의회 의장으로서 차기정부의 국정운영 주요 아젠다에 포함될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좋은 공약을 만들기 위해 여러 대학의 교수님을 비롯해 시민단체 구성원들과 준비를 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광주에 소재한 광주-아시아 인문재단의 구성원들과도 머리를 맞대고 상의한 바가 있습니다. 그 결과 제4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 영산강 고대문화권을 다시 넣고, “영산강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하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영산강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을 다도해권 개발계획, 아시아 문화전당 활성화 사업 등과 연계하는 방안도 같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남해안권 선벨트사업과도 연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문화도시 조성, 철도와 도로망 연계, 국제항구 조성, 인적·물적 교류 확대 등을 통해 우리 지역의 발전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 영산강 역사문화도시 조성과 대형 국책사업의 연계 등은 규모가 크고 사업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이러한 개발 계획과 사업 내용을 주요 정당이 대선공약으로 받아들여 채택하고, 차기정부 국정운영의 주요 아젠다에 포함시킬 수 있는 복안은?.

= 영산강유역행정 협의회에 속한 시장, 군수들과 함께 노력하면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주요 논리는 지역소외와 균형발전 등이 중심을 이뤘습니다. 이제는 우리 지역의 장점과 특성, 급변하는 국계정세 속에서 국가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전략과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차기 정부에서 제4차 국토종합개발계획 수정계획을 보완하고 영산강 고대 문화권으로 편입하면 1차적인 문제는 해결되고, 향후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갖고 사업 방향을 설정하면 됩니다.
영남지역은 발전된 산업화의 토대 위에 유관 분야의 융·복합과 인공지능 결합을 통해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우리 지역은 영산강 역사문화도시 조성 등을 통해 성큼 다가온 아시아 시대를 주도해 나갔으면 합니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오랜 기간 동안 정치와 경제, 사상과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수도권이 중심 역할 담당해 왔습니다. 우리지역은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변경의 역할에 국한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역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고, 지방분권과 지방재정이 강조되는 흐름이 확대되어 나가는 추세입니다.

특히, 우리지역은 아시아의 여러 나라와 교류하고 소통하는 데 유리한 지정학적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2018년은 전라도(全羅道)의 지명이 생겨난 지 천년이 되는 해, 호남 ‘뉴 밀레니엄’의 원년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여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적극 설득하고, 우리의 장점과 전통을 잘 활용하는 발전계획을 세우면 지역발전을 크게 앞당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대선 국면을 이용하여 영산강 유역 협의회와 전남도가 함께 대안을 준비하고, 민관산학 거버넌스를 잘 활용했으면 합니다. 특히 관계 법령의 테두리 내에서 큰 그림을 그리면서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방안을 하나씩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많은 격려 부탁드립니다.

고대문화권을 활용한 국토종합개발계획

지도를 거꾸로 보면 바닷길을 통한 호남의 관문 역할이 잘 보인다.

김성권 기자 ksg5726@naver.com        김성권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