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가 없는 항해는 표류와 같을 것이다. 개인과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목적지가 없이 흘러 같다면 방황하는 것과 같다. '탈무드(Talmud)‘는 유대인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였고, 그들의 지혜의 정수가 담긴 책이다. 이 탈무드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항해하던 어떤 배가 풍랑을 만나 매우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그 배에 타 있던 선원들은 물이 떨어져 목말랐고 먹을 것도 떨어져 기력이 쇠하여 있었는데 때마침 눈앞에 어떤 섬이 펼쳐져 있었다. 그 섬은 너무나 아름답고 달콤한 과일과 먹을 것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만약 여러분이 선원들이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장 섬으로 달려가 물과 과일들을 먹을 것인가? 배가 언제 출발할지 모르니 배에서 목마름과 배고픔을 참고 배에서 대기할 것인가?

탈무드에 의하면 이 섬을 대하는 선원들의 반응은 5가지 정도였다. 첫 번째 부류는 과일과 먹을거리를 매우 먹고 싶었지만, 배가 떠날까 봐 두려워 꾹 참고 배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두 번째 부류의 선원들은 섬에 잠깐 내려 과일과 먹을거리들을 맛있게 먹고 기운을 되찾아 즉시 배로 귀환하였다. 세 번째 부류의 선원들은 오랫동안 과일과 음식을 즐겼으나 순풍의 느낌을 알아채고 허겁지겁 배로 돌아와 무사히 배를 탈 수 있었다. 네 번째 부류의 선원들은 섬에 내려 먹을 것을 마음껏 즐겼고 배가 떠나려 닻을 올리는데도 설마 자기들을 놔두고 가겠느냐는 안이한 생각으로 머물러 있었는데 배가 떠나는 것을 보고서야 배로 달려갔으나, 배를 타지 못한 일도 있었고 헤엄쳐서 배를 따라가다 바다의 바위에 머리와 몸을 부딪쳐 깊은 상처를 입은 선원도 있었고, 중상을 입어 항해하는 동안 누워있어야만 했다. 다섯 번째 부류의 선원은 배가 떠나는 것을 상관치 않고 섬에 머물러 먹을 것을 즐겼다. 그런데 그 섬에는 맹수들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맹수에게 잡아 먹히거나 독 있는 과일을 먹고 죽었다.

여러분이 만약 그 배에 탄 선원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배가 항해를 하듯이 개인, 조직, 국가도 목적지를 향해 항해한다. 만약 목적지가 없는 항해라면 바다의 흐름에 따라 표류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개인, 조직, 국가가 마치 숙명처럼 자신들의 목적지를 향하여 가지만 가끔은 ’휴식과 즐김‘이 필요하다. 탈무드의 이 이야기에서 첫 번째 부류의 선원들은 여유와 즐김이 없었다. 과일과 먹을거리를 먹지 못하여 기운이 없을 것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부류의 선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유와 즐김을 가지되 자신들이 타고 항해해야 할 배를 놓치지 않았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부류의 선원들은 안이한 생각과 자신들의 본래의 역할을 망각한 나머지 항해를 못 하고 섬에서 죽거나 중상을 입고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탈무드의 이야기를 보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배를 이끄는 국가의 지도자는 어떤 부류의 지도자여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도자도 때로는 여유와 즐김이 필요하다. 잠깐의 여유와 즐김은 기운을 되찾고 활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자신이 인도하는 배와 그 배의 목적지를 잊지 않으면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달콤한 과일에 취하듯이 권력의 달콤한 맛에 탐닉하여 본인이 이끌어야 할 배도 잊고, 목적지도 망각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배에 탄 많은 승객과 승무원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망망대해에서 항로를 잃고 잘못하면 침몰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작금의 우리나라는 리더들이 권력의 맛에 취하여 본인의 역할을 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화순일보 mire537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