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받고 있는 능주 포충사
화순 능주에 포충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화순군민들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400여년이란 긴 세월의 무게에 현재 능주 포충사는 원모습 조차 사라지고 없어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포충사는 충신의 애국 충정을 기리기 위해 임금이 직접 이름을 지어서 새긴 편액을 내린 서원을 말한다.

화순의 절의정신을 후대에 기리고 계승해 나가게 해주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이자 우리가 보존해야 할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 화순의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문화재가 군과 지역민들의 무관심으로 그저 낡은 유물로만 치부되어 외면 받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기만 하다. 과거의 역사가 바로서지 않고서는 지역의 미래 또한 바로 설수 없을 것이다.

◇의병정신의 산실, 능주 포충사
능주 포충사의 소재지는 화순군 한천면 모산리 산 15번지에 있으며, 400여년전 임금이 포충사로 사액한 사우의 원지이다. 1611년 五 충신의 애국 충정을 추모하기 위해 사액한 능주 포충사(褒忠祠)에는 임진왜란 시 의롭게 순절한 충의공 최경회, 경암 문홍헌, 청계 구희, 상의재 오방한, 을묘왜변 시 순절한 월헌 조현등 화순 능주 출신의 다섯 충신이 모셔져 있다.

또 능주 잠정리 충신강변 도로상에는 최경회, 문홍헌, 조현등 세 충신을 기리는 삼충각을 세워 그 충의의 얼을 기리고 있다. 삼충각은 1985년 2월 15일 전라남도기념물 제 77호로 지정되었다. 삼충각 앞에는 5충신의 충효와 인의의 정신이 고스란히 흐르고 있는 지석천이 있는데 지석천의 또 다른 이름의 유래는 5충신을 기려 충신강이라고도 부른다.

◇화순 五충신의 절의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나라의 존망의 위태로움이 극도에 달할 때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전라도 곳곳에서 의병이 일어났다. 화순 출신 의병장 충의공 최경회(1532~1593) 선생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어머니 상중임에도 상복차림으로 의병을 모아 일어났다.

곳곳에서 왜적을 물리치다 임란전사 중 가장 참혹했던 2차 진주성 전투에서 왜적 5개 부대 9만 3천명에 맞서 관군과 의병등 총 3천 5백명의 군사와 6만여의 주민들이 외부의 지원 없이 10여 일간 결사 항전하다가 끝내 함락되고 말았다.

의분을 이기지 못하고 진주 남강에 투신해 장렬한 최후를 맞은 화순 능주 출신의 4충신 (최경회, 문홍헌, 구희, 오방헌)과 충의공 최경회 선생의 둘째부인으로 너무도 유명한 충절의 사표 논개 부인이 있다. 현재 화순군 동면 백용리 충의사에는 최경회 선생 사당을 비롯해 논개의 영정을 모신 의암영각과 기념관, 동상, 어록비 등이 있다.

역시 능주 출신으로 임진왜란 37년전인 을묘왜변때 달양포(지금의 해남군 북평면 남창리) 첨사로서 왜구를 물리치다 절변산 전투에서 애석하게 전사한 충신 조현이 있다.

이후 다섯 분의 행적은 각 문중의 족보 등 기록에 세세히 나와 있으며, 향교의 유림들이 중심이 되어 객관적 자료로 기록된 호남절의록(1799년 정조 23년, 1964년 광주향교에서 발간)에 나타난 임란 충신 네분의 공적과 호암삼강록에 기록된 을묘왜변 충신 한분의 공적등이 보존 돼 있다.

다행히도 능주 포충사의 유허비와 포충사 터 및 담장,기와등 흔적과 우물(옹달샘)등이 현재 남아 있어 유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호남 의병정신, 지역 정신으로 거듭나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활동의 가장 큰 원동력은 수많은 병력이나 강력한 무기가 아니라 오로지 나라를 위한 충정과 의리로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민초들의 강인한 정신력이었다. 그런 의병 정신은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사실은 전라도는 의병정신이 바탕이 된 최대 의병 봉기지였다는 사실이다. 화순지역 또한, 의병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곳이었고, 강인한 의병정신은 호남정신으로 승화돼 5.18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게 진주성은 함락 당했지만 심한 손실을 입은 왜군은 전라도 진출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결국 화순지역 충신과 의병들이 몸을 던져 그들을 막아 낸 결과인 것이다. 이제는 지역의 뿌리 정신으로 대변되고 있는 호남정신의 뿌리를 찾는 일이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하다.


◇충절의 고을 화순 정신 되살아나야
능주 포충사, 역사적 가치가 큰 만큼 하루빨리 복원되어, 많은 후손들이 선열들의 기개와 뜻을 계승하고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한편, 포충사에서는 이 고장 애국충신들의 애국혼을 기리고 후세들에게 나라사랑의 큰 교훈을 줄 수 있도록 능주향교 주관으로 매년 음력3월11일에 제례를 지내오고 있다.

지난 음력 3월 11일 제례를 진행한 화순 포충사 보존회 구제길 회장은 “화순지역 애국충신들의 애국혼을 기리고 후세들에게 큰 교훈을 줄 수 있도록 능주 포충사의 문화재등록사업과 성역화 사업이 본격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군과 지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었던 우리 화순지역의 五충신들의 절개를 잊지 않고 그 정신을 지역정신으로 끝까지 계승 발전해 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소윤 기자 mire5375@hanmail.net        정소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