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마지로(犬馬之勞)'란 본래 개나 말의 하찮은 수고라는 뜻으로, 임금이나 나라에 충성을 다하는 노력 또는 윗사람에게 바치는 자기의 노력을 낮추어 겸손하게 이르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했을 때 생색을 내거나 알아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지만 진정 남을 위해 수고했다면 자신을 낮추는 '견마지로'의 고사 유래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이는 곧 공직자들이 일하면서 생색만 내지 말고 자신의 노력을 낮추면서 주민과 지역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겸손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화순군 직원들을 보면 일하는 공직풍토를 찾아보기 힘들다.

공직사회에서 책임을 묻지 않고, 승진 등 요행만 바라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국립공원무등산 입석대가 행정구역상 화순군 이서면 영평리 산 95번지에 소재하고 있어도 담당 직원들은 긴가민가하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입석대는 무등산의 명소이다. 화순군이 입석대를 화순의 자랑처럼 관광명소로 홍보했더라면 불명예스런 화순의 지역 이미지에도 적지 않는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입석대는 광주의 소유물로 대부분 시도민이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포털사이트에 검색만 하더라도 무등산 입석대는 화순 땅에 속해 있다.

본지가 이런 사실을 해당 부서에 알리고 홍보를 왜 하지 않느냐고 취재를 하자, “산림과에서 홍보를 할 것이다”며 ‘니들이 뭔 데 홍보를 하든 말든 지적하고 간섭하느냐’는 뉘앙스로 취재를 하찮게 여겨 무책임한 공직풍토를 엿볼 수 있는 씁쓸한 대목이었다.

“입석대가 화순 땅에 있다는 것을 적극 홍보하겠다”는 그런 피드백이 아니라 귀찮고 짜증스런 답변에서 일하지 않고 무사 안일한 복지부동하는 공직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면 스마트축산단지 조성사업도 마찬가지다. 해당 공무원들이 동면 주민들의 고통을 사전에 철저히 파악하고 업무를 세밀하게 추진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과거처럼 안되면 밀어붙이기식으로 하면 되겠지라는 대충 안이한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었던 것은 아닌지 곱씹어봐야 한다.

이외에도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를 보더라도 공직사회 안팎에서는 “반은 일하고, 반은 노는 사람이다”는 푸념 섞인 목소리가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싶다.

이는 공직사회에서 일하지 않아도 책임을 묻지 않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공직사회는 학연 지연 혈연에 얽혀 내 식구 감싸기와 같은 온정주의 때문에 오히려 줄서기로 인해 일하는 분위기를 헤치고 더 나아가 각종 비리행위를 부추기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그에 따른 책임을 확실히 묻고 징계 수위도 대폭 높여 좋지 않는 관행을 타파하고 일벌백계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대부분 공직자들은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이렇듯 일부 몇 사람의 그릇된 행동에 의해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이미지를 흐려놓고 있기 때문에 이를 시정해 가야한다.

말로만 일하는 공직사회, 청렴을 외치지 말고, 일 잘하는 사람에게는 승진을, 일 안하는 사람에게는 책임을 묻는 공직사회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책임을 묻지 않는데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는 법,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공직사회가 바로 선다.


김영수 편집국장 mire537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