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丁酉年)는 '붉은 닭띠'의 해다. 닭은 옛부터 귀신을 쫓는 축귀(逐鬼)의 동물이자 새벽을 여는 여명(黎明)의 동물로 알려져 있다.

닭은 서쪽을 지키는 방위신이다. 시간으로는 오후 5시에서 오후 7시를 가리킨다.

특히 닭은 문(文)·무(武)·용(勇)·인(仁)·신(信) 등 5가지 덕(五德)을 지녔다고 한다.

조선후기 하달홍(1809~1877)은 '축계설(畜鷄說)'에서 '한시외전(漢詩外傳)'의 고사를 인용하여 닭은 머리에 관(볏)을 썼으니 문(文), 발톱으로 공격하니 무(武), 적을 보면 싸우니 용(勇), 먹을 것을 보면 서로 부르니 인(仁), 어김없이 때를 맞춰 우니 신(信)이라 하였다.

변상벽의 '계도(鷄圖)' '금계도(金鷄圖)' '계명도(鷄鳴圖)' '닭 모양 연적' 등에는 옛사람들의 이러한 인식이 잘 반영되어 있다.

닭은 오래전부터 선조들이 길러온 가축으로 친숙하고 가까운 동물 중 하나여서 산과 섬 등 곳곳에 닭과 관련한 지명이 많다.

그렇다면 전남지역은 닭과 관련된 지명은 얼마나 될까
전라남도는 2017년 정유년(丁酉年) 닭띠 해를 맞아 12만여 개의 전남 지명을 분석한 결과, 닭과 관련된 지명이 총 83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닭 관련 지명은 293개이며, 전남 다음으로 충남(45개), 전북(41개), 경남(31개), 경북(26개) 순으로 많았다.

산은 고흥군 영남면에 위치한 팔영산이 대표적이다. ‘금닭이 울고 날이 밝아오면서 햇빛이 바다 위로 떠오르면 팔봉은 마치 창파에 떨어진 인쇄판 같은 모습이어서 영자(影子)가 붙여졌다’고 한다.

이밖에도 구례 계족산, 순천 유치산계관산 등 8곳이 있다.

또한 전남의 비교우위 자원인 섬 가운데 닭의 볏, 머리 등 닭의 주요 생김새와 모습을 닮은 지명도 있다.

진도 조도면 계도, 여수 화정면 하계도와 상계도, 신안 안좌면 닭섬 등 16개 섬에 닭 관련 지명이 붙여졌다.

어둠을 젖히고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와 관련한 지명도 있다. 완도 신지면 독계령에는 이 고개가 위치한 산 숲 속에서 신비한 닭 울음소리가 났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박종석 전라남도 토지관리과장은 “옛날부터 우리의 삶 속에 함께 한 닭은 다양한 유래와 전설로 국토 속 지명에 반영돼 있다”며 “닭의 희망찬 울음소리로 시작하는 2017년 새해, 도민의 삶이 보다 풍요로워지고, 도정이 도민의 품속으로 순항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양영민 기자 mire5375@hanmail.net        양영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