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의장단에 호남 출신 3명이 싹쓸이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특정지역에서 의장단 석권은 헌정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1948년 제헌국회부터 지난달 말로 임기가 끝난 19대 국회까지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 전원이 호남 출신이었던 적은 없었다.

이는 지난 4.13총선에서 '20년 만의 3당 체제'와 '16년 만의 여소야대'라는 정치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지난 9일 국회는 국회의장으로 더불어민주당 출신 정세균 의원을, 국회부의장으로 새누리당의 심재철 의원과 국민의당의 박주선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신임 정 의장은 전북 진안 출신이다. 19·20대 지역구는 서울 종로구이지만 지난 15∼18대까지 정 의장의 가슴에 '금배지'를 달아준 지역구도 자신의 고향인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이었다. 고등학교는 전주 신흥고를 졸업했다.

심 부의장 역시 현재 지역구는 경기 안양시 동안구을이지만 출생지가 광주이며 광주일고를 졸업했다. 역시 광주고를 졸업한 박 부의장은 지역구(광주 동구남구을)와 출생지(전남 보성)가 모두 호남이다.

이같이 제헌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국회의장단 모두가 호남 출신으로 구성된 경우는 유례없는 일이다.

그동안 역대 국회의장단에는 영호남 지역이 균형을 맞춰왔다.

특히 20대 국회에서 영남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새누리당의 호남 출신 국회부의장 배출은 '새누리당이 기존의 정치적 텃밭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4·13 총선의 교훈이 투영된 또다른 기록으로 남게 됐다.

정 신임 의장은 수락연설에서 "지금까지 국회는 갈등의 조정자가 아니라 조장자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아 온 것이 사실"이라며 "국회의장으로서 유능한 갈등 관리와 사회통합의 촉매 역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에게 짐이 아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20대 총선 민심으로 만들어진 여소야대, 다당체제 하에서 국회의장에게 부여된 막중한 소임에 최선을 다해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심 부의장은 "의원들의 뜨거운 성원을 잊지 않고 약속을 잘 지켜 여당 국회부의장으로 일을 잘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부의장은 "새로운 민주주의 장이 이제 시작됐다. 20대 국회는 국민이 바라는 협치의 국회, 생산적인 국회가 돼야한다"며 "이런 국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하고픈 말 대신 상대방 말을 경청하는 국회, 내가 바라는 100%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10%라도 진전된 합의를 만들어 내는 국회, 다수 의견 따르되 소수의견이 존중되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성권 기자 ksg5726@naver.com        김성권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