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문화원(원장 김재월)이 ‘만화로 보는 충의와 학예의 고장 화순의 역사 인물’을 출간했다.

책에는 진각국사 혜심, 학포 양팽손, 정곡 조대중, 일휴당 최경회, 규남 하백원, 행사 양회일, 운인 송홍, 서양화가 오지호 화백 등 8명의 발자취를 담았다.

215쪽 분량의 이 책은 조선대 사학과 이종범 교수, 전남대 철학과 조윤호 교수, 전남대 국어국문과 김신중 교수, 화순문화원 김종철 자문위원과 양정렬 이사가 자문을 맡았다.

진각국사 혜심(1178~1234)은 화순읍 출신으로 조계종의 수행법인 간화선을 크게 발전시킨 인물이다. 정치이념인 유교와 고려인들의 정신적 토대인 불교의 본질은 같다는 유·불 일치설을 내세워 유교와 불교의 조화를 이루려 했다.

화순읍 남산공원 인근의 자치샘과 공설운동장 인근의 학서정은 혜심의 탄생과 관련된 설화가 남아있는 문화유산이다. 학서정 인근의 벽라리 민불은 진각국사의 모습을 새긴 것이라고도 전해진다. 남산공원에는 그의 공적을 기리는 유적비가 세워져 있다.

학포 양팽손(1488~1545)은 능주면 출신으로 조선시대의 개혁가 정암 조광조가 기묘사화에 연루돼 사약을 받고 죽은 후 아무도 돌보지 않던 그의 시신을 수습하는 등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은 우정으로도 유명한 호남의 대표적 문인화가다.

이양면 쌍봉리에는 양팽손 선생이 지은 학포당(전라남도 기념물 92호)이, 한천면 모산리에는 양팽손과 조광조를 기리는 죽수서원(전라남도 문화재자료 130호)이 있다.

정곡 조대중(1549~1590)은 화순읍 출신으로 조선시대 유학자이자 성리학자로 퇴계 이황의 제자다. 이황으로부터 ‘통유(通儒)’라는 칭송을 받을 정도로 성리학에 정통했지만 기축옥사에 연루돼 생을 마감했다.

화순읍 다지리 지곡서원에는 조대중 선생의 위패가 배향돼 있으며 세량리에 묘소가 있다.

일휴당 최경회(1532~1593)는 조선시대 문신이자 의병장으로 그의 부대는 전라우의병으로 불렸으며, 진주성을 구하기 위해 달려갔다가 패하면서 순절했다.

화순읍 다지리 충의사(전라남도 문화재자료 64호), 능주면 잠정리 지석강변의 삼충각(전라남도 기념물 77호), 한천면 모산리의 포충사는 최경회 장군의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한 문화유산이다.

규남 하백원(1781~1844)은 이서면 출신으로 조선후기 호남을 대표하는 4대 실학자로 꼽힌다. 자동양수기인 자승차와 자명종, 계영배 등을 발명했다.

하백원 선생이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보다 50여년이나 앞서 조선팔도의 모습을 자세히 수록한 ‘동국지도’와 ‘만국전도(세계지도)’는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285호로 지정돼 있다.

이서면 야사리 이서커뮤니티센터 맞은편 하백원 선생 기념관에는 2005년 대전 중앙 과학관 복원팀이 재현한 자승차 모형과 하백원 선생이 제작한 지도와 서화 등이 전시돼 있다.

행사 양회일(1856~1908)은 능주면 출신으로 일제강점기 항일독립운동가이자 의병장으로 이양면 증리 일원을 거점으로 활동했다.

증리 ‘쌍산의소’에는 창의소, 무기제작소, 화약 보관소인 유황굴, 막사터 등 의병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운인 송홍(1872~1949)은 도암면 출신으로 3·1운동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항일운동인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는 일제강점기 광주고보(현 광주제일고등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하며 일제의 눈을 피해 학생들에게 한국사와 세계정세, 민족의식과 국가관 등을 가르쳤고, 그의 가르침은 광주학생운동의 밑거름이 됐다.

오지호 화백(1905~1982)은 동복면 출신으로 우리나라 첫 서양화가로 일컬어지며 ‘빛의 예술가’로 불리면서 국내 인상주의 회화의 거두로 평가받고 있다.

동복면 독상리에 오지호 화백과 가족의 작품 등이 전시돼 있는 오지호기념관이 있으며, 기념관 인근에는 오지호화백의 생가(등록문화재 제274호)가 남아있다.

김재월 화순문화원장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후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는 선인들의 업적을 조명하고 선양하기 위해 책을 발간하게 됐다”며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높이고 화순의 정신문화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미경 기자 mkp0310@hanmail.net        박미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