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진 능주농협 조합장은 농민운동가로서는 처음으로 화순에서 농협 조합장에 당선됐다. 화순으로 귀촌한 이후 농민들의 시위현장에는 늘 그가 있었다. 그만큼 농업과 농촌의 현실은 물론 농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안다고 자신한다.

노 조합장은 아직 ‘조합장’이라는 호칭이 낯설다고 말한다. 조합원들을 대표하는 일꾼으로 선출됐는데 양복을 입고 있는 자신의 모습도 쑥스럽다. 조만간 근무복이 나오면 얼른 갈아입고 싶단다.

그는 “농업과 농촌이 어렵다고 하지만 농협이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며 “살맛나는 농촌, 잘사는 농민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위기는 기회다 ‘함께 살자’ >
농민들 뿐 아니라 모두들 “갈수록 농사로 먹고살기 힘들다”고 말한다. 각종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쌀 관세화 개방 등 대외적인 개방정책으로 인해 농업을 둘러싼 현실은 점점 어려워져 가고 있다.

노종진 조합장은 “농업 현실이 어려울수록 조합원의 울타리가 되어야 할 농협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며 “농협과 조합원은 ‘따로’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할 공동체다”고 말한다.

특히 협동조합은 경제적 약자인 농민들이 서로 협력함으로써 보다 잘살기 위해 공동출자에 의해 설립된 조직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라는 설명이다.

그가 ‘협동조합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말하는 이유기도 하다. 노종진 조합장은 “조합원이 없으면 조합도 없다”며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조합원을 대신해 선출된 일꾼이라는 점을 늘 기억하며 조합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농산물 판매로 승부>
능주농협의 지리적 이점을 살려 농산물 판매로 승부하는 판매농협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140여만명이 거주하는 광주광역시와 가까운데다 보성과 장흥, 해남을 가기 위해 거쳐가는 교통의 요충지라는 점을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문을 연 주유소와 하나로마트 활성화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유소와 하나로마트는 화순과 보성을 잇는 국도변에 위치해 있다.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화순보다는 화순 인근 지역민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구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유소와 함께 다양한 맛의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와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먹거리장터도 갖췄다. 하나로마트에서는 각종 공산품과 농산물 등 웬만한 품목은 다 갖추고 손님을 맞고 있다.

노종진 조합장은 원지리 하나로마트 인근에 화순지역에서 생산된 각종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판매장터를 만들어 능주농협 조합원을 비롯한 지역 농민들의 소득향상에 기여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투명한 조직・참여하는 농협>
조합장의 업무추진비를 시작으로 조합의 공개가능한 모든 자료를 공개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노종진 조합장은 “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 만들어진 조합의 모든 자료는 공개돼야 한다”며 “잘못한 것이 없다면 숨길 것도 없다”고 주장한다.

조합원들의 역량강화를 통해 조합에 대한 감시기능도 강화할 계획이다. 다양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조합의 재무제표나 손익계산서, 정관 등 각종 자료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조합경영에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토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노 조합장은 “보다 좋은 농협, 조합원을 우선하는 농협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이 조합운영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보는 눈이 많으면 잘못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이를 위해 교육위원회를 설치하고 이사와 대의원 등 임원을 비롯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을 통해 보다 나은 농협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동참시킬 계획이다. 조합원이 관심을 가지면 조합이 변하고, 조합의 변화는 조합원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조합원이 행복한 농협>
조합원에 대한 다양한 복지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고령농가의 영농을 최대한 지원하고 저소득농가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사료값과 농자재 대금 상환을 위한 무이자 기간을 늘려 농가의 부담을 덜고, 건강검진비 지원과 모든 조합원에 대한 농업인안전공제 가입을 통해 조합원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도 만들려고 한다.

노 조합장은 “조합원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것이 능주농협의 발전이다”며 “조합원 소득향상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를 위해 각 지역별 특성에 맞는 틈새작물을 발굴하고 작목반 활성화를 통한 규모화 조직화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고령화된 농촌 현실에 맞춰 육묘장과 농작업단을 운영함으로써 조합원들이 보다 편안하고 안심하며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노종진 조합장은 “농업과 농촌이 어려울수록 농협이 앞장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농민이 주인되고 협동조합의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능주농협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미경 기자 mkp0310@hanmail.net        박미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