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이 화순농특산물유통회사(이하 화순유통)와 관련해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소액주주들의 공분을 샀다.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을 이유로 연말까지 화순유통 진로 결정을 미루고 진행 중인 각종 소송을 진두지휘했던 대표이사마저 바뀌면서 주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구충곤 화순군수는 지난달 31일 열린 화순유통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늦어도 연말까지 화순유통 회생이나 원금보장 여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기다려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화순유통에 대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묻어버릴 수 없어서 군수후보 시절부터 청산을 반대했고, 화순유통 사건과 연루된 군수가 아니기 때문에 성역없는 조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화순유통을 어떻게 회생시킬 것인지, 원금(출자금)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원금보장이 불가능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에 대한 복안은 내놓지 못했다.

구충곤 군수는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국회 특별법 제정을 통해 원금을 전액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국회 특별법 제정은 불가능하다는 비판여론에 대해서는 TV토론회 등을 통해 “군수의 능력이다”며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취임 후 1년여가 다 되어가도록 국회 특별법 제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성과가 있는지에 대해 아무런 입장표명이 없는 상태다.

이를 바라보는 소액주주들의 입장은 엇갈렸다. 일부 주주들은 “군수가 약속했으니 무슨 수를 써서든 출자금을 돌려줄 것이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반대로 “군수가 기다리라고만 할 뿐 어떻게 출자금을 돌려줄 것인지 말을 못하는 것을 보니 출자금을 돌려받기는 틀렸나보다”며 한숨을 내쉬는 주주들도 상당했다.

일부 주주들은 “소액주주들의 애타는 심정을 생각한다면 화순군이 가지고 있는 복안과 국회 특별법 제정을 통한 원금보장이 가능한지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화순군의 입장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구충곤 군수는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일부 채권에 대해 이의제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점도 밝혔다.

재판에서 승소해 화순유통으로부터 38억원을 돌려받기 위해 현재 화순유통의 각종 채권을 압류해 숨통을 조이고 있는 K사와의 거래내역에 대해 좀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화순유통 측도 “K사 뿐 아니라 화순지역 A농협과의 거래 등에 대해서도 정당한 채무인지 조사하고 있으며, 조사결과에 따라 법적조치할 예정이다”고 밝혀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일부 주주들은 “수사권을 가진 검찰도 밝히지 못한 내용을 민간인들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어떻게 밝히겠다는 것이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화순유통은 농민들은 고품질 농산물 생산에만 전념하고 유통과 판매는 화순유통이 책임지도록 하겠다며 화순군 주도로 지난 2009년 4월 설립됐다.

하지만 설립 2년여만인 2011년 4월 56억원 상당의 곡물사기를 당하면서 휘청이기 시작했고 총체적 부실경영이 드러나면서 현재 자본금 대부분을 잠식당하고 사실상 파산상태에 놓여 있다.

소액주주들이 화순군에 분노하는 것은 화순군이 각 읍면별로 할당액을 내리고 공무원과 이장 등을 동원해 출자금 모금에 나선 때문이다.

지난해말 기준 화순유통의 자산은 34억 9,641만원, 이중 부채가 31억 3,299만원, 자본이 3억 6,342만원이다. 차기이월 미처리결손금은 79억 5,133만원에 달한다.



박미경 기자 mkp0310@hanmail.net        박미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