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이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주먹구구식 인사를 통해 '전국 최초의 50일짜리 4급 서기관 탄생 지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게 되었다.

지방공무원으로서는 최고의 자리인 서기관을 최근 들어 두 번이나 연속해 6개월짜리로 임명한데 이어 50일짜리 서기관이 탄생하면서 서기관 나눠먹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화순군이 서기관 승진 보름여만에 명예퇴직을 신청한 천용수 화순군 기획감사실장의 명예퇴직신청을 31일자로 수리했다.

지난해 11월 여성 5급 사무관을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리고 손을 들게하는 등 홍이식 화순군수의 엽기행각으로 전국에 유명세를 탔던 화순군은 5개월여 만에 최단기 서기관 인사로 전국에 또다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화순군은 1일 천용수 실장에 대한 명예퇴직서가 최종 수리됐다고 밝혔다.

천용수 실장은 지난달 12일 5급 사무관에서 4급 서기관으로 승진했지만 2주일여만에 가족의 건강상 문제 등을 이유로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천 실장이 명예퇴직을 신청하자 이를 둘러싸고 공직사회는 물론 지역에서 각종 설들이 무성했다.

천 실장은 화순군 내부규정에 따라 오는 7월 이후부터 공로연수가 예정되면서 굳이 명예퇴직을 하지 않더라도 조만간 공직에서 떠나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화순군공무원노조에서도 "승진한지 얼마되지 않아 명퇴신청을 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흐름이다"며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

정치적인 해석으로 군수가 바뀌면 서기관으로의 승진이 불가능한 인사를 승진시키기 위해 명예퇴직을 강요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쏟아졌다.

이미 화순군은 특정 간부직원을 서기관으로 승진시키기 위해 5급 사무관의 명퇴를 강요한 바도 있어 의혹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특히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명예퇴직설이 나돌기 시작할 무렵 천용수 실장이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명예퇴직설이 나돌고 있다"고 밝히면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일부 화순군의원은 어느 지방자치단체를 막론하고 승진인사 등과 관련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댓가성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기관의 명예퇴직은 후속 승진인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때문이다. 게다가 홍이식 화순군수는 현재 뇌물 등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징역형까지 받은 상태다.

이와 관련 화순군 관계자는 "천용수 실장의 명예퇴직신청은 수리됐지만 현재로서는 후속 승진인사 계획이 없다"며 "당분간 기획감사실장은 '공석'으로 놔둘 예정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또다른 관계자는 지역언론에 "명예퇴직에 따른 후속인사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지만 다음주 중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면서 또다른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화순군 5급사무관 중 사무관으로 근무한지 4년 이상이 되어 서기관 승진이 가능한 인사는 8명이다.

이들 중 2명은 화순군 내부규정에 따라 오는 7월 이후 공로연수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승진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화순군이 두 번이나 6개월짜리 서기관을 임명하고, 천용수 실장은 50일짜리 기획감사실장이라는 기록을 세운 것과 관련 7월 공로연수 예정자 중에서 승진자가 나올 것으로 점치는 이들도 있다.

지방선거를 두달여 앞둔 상황에서 화순군이 이번에는 몇개월짜리 기획감사실장을 임명할 것인지, 후속 승진인사 시기는 언제가 될 것인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미경 기자 mkp0310@hanmail.net        박미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