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주면 원지리 축산분뇨자원화시설(이하 퇴비공장)에 대한 건축허가 무효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이 오는 31일 내려진다.

무효소송은 퇴비공장 반대위(원고)가 화순광역친환경영농조합법인에게 퇴비공장 건축허가를 내준 화순군(피고)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26일 열린 광주지방법원 401호 법정에서 열린 공판에서는 1997년 원지리 인근 도곡면 죽청리 하수종말처리장 건립 당시 화순군과 주민들간의 협약이 쟁점이 됐다.

당시 화순군은 죽청리 일원에 하수종말처리장과 축산폐수공동처리장을 지으려다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하수종말처리장은 짓고 축산폐수공동처리장 건립은 취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반대위 측은 "행정의 연속성과 일관성 차원에서 화순군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며 "축산폐수공동처리장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축산분뇨자원화시설을 지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화순군 측은 당시 협약은 축산폐수공동처리장에 국한된 것이며, 축산폐수공동처리장과 축산분뇨자원화시설은 다른 시설이기 때문에 당시 협약과는 관련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

특히 축산분뇨자원화시설과 축산폐수공동처리장은 기능과 취지, 관련 법령 등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축산폐수공동처리장은 축산 오폐수를 정화해 하천에 방류하는 시설이고, 축산분뇨자원화시설은 우분만을 수거해 숙성시킨 후 퇴비로 만드는 시설이며 방류도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대위 측은 "당시 협약은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 시설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협약서가 포괄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분명하게 할만한 근거나 증거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반대위 측은 "협약서 이전에 화순군수가 '하수종말처리장 인근에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 시설은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주민들에게 써 준 각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화순군 측은 "각서는 없고 당시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 어떤 시설도 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도 없다"며 반박했다. 특히 "반대위가 각서를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각서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반대위 측의 주장이 맞고 화순군이 약속을 어기고 축산분뇨자원화시설에 대한 허가를 내줬다고 해도 적법한 허가를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는 약속 여부와 상관없이 축산분뇨자원화시설에 대한 허가가 적법한지 여부에 대해서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퇴비공장은 반대위의 반발에 부딪혀 기초공사 단계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또한 공사를 강행하려는 사업자 측과 반대위 측의 물리적 충돌 등으로 인해 양측간의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중앙부처가 올해 안에 퇴비공장을 완공하지 못할 경우 사업을 취소시키겠다고 최후 통첩하면서 사업자 측이 연내 완공을 위해 공사를 강행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측간의 긴장감도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더 이상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부지 변경이나 사업포기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화순군은 사업자가 결정할 일이라며 사업자에게 책임을 미루는 모양새다.

퇴비공장 건립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입했고 부지 변경을 하더라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사업자 측도 부지를 변경하거나 사업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퇴비공장 건축허가 무효소송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0월 31일 오전 9시 55분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미경 기자 mkp0310@hanmail.net        박미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