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져 가는 마을공동세배의 전통을 잇고 있는 마을이 있어 훈훈함을 주고 있다.

동면 천운산 자락에 자리잡은 운농리1구(이장 윤정국, 이하 운곡마을) 마을은 100여호가 옹기종기 모여살면서 동면에서도 제법 규모가 큰 마을로 꼽힌다.

마을공동세배는 설날 마을어르신들게 인사를 하기위해 이집저집 찾아다니는 번거로움을 없애려고 1960년대 초반 정부의 명절간소화 정책에 의해 시작됐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흔히 찾아볼 수 있었지만 바쁜 일상 등으로 인해 갈수록 사라져가는 세시풍속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설날인 지난 19일 오전 10시 무렵이 되자 마을중앙에 자리잡은 마을회관으로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어르신들은 고운 옷을 차려입고 회관에 자리를 하고 ‘젊은이’로 불리는 주민들은 회관 앞에 삼삼오오 모여 정담을 나누며 세배할 차례를 기다렸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다가 조상들의 묘소를 찾은 출향인들도 하나둘 자리를 함께 했다.

가장 먼저 세배를 올리는 이는 지난해 초상 등 큰일을 치룬 집안의 상주들이다. 큰일을 잘 치룰 수 있도록 마음 써 준 주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는 것.

회관은 좁고 세배할 젊은이들이 많으니 세배에도 나름의 질서가 필요하다. 세배는 나이가 많은 순으로 연령대별로 나눠 이뤄진다.

세배를 받은 어르신들은 “새해에도 건강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라”며 덕담을 건넨다. 마을 노인회에서 준비한 세배돈도 건네진다. 젊은이들도 어르신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했다.

특히 올해는 새로 선출된 이장이 사비를 털어 마을의 가장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 4명에게 “어르신들을 내 부모처럼 잘 모시겠다”는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을 전달해 훈훈함을 더했다.

세배를 마친 후에는 마을 부녀회원들이 정성껏 장만한 푸짐한 점심을 함께 하며 객지에서 생활하는 출향인들의 소식도 듣고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추억을 되새겼다.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생활하며 설명절에 고향을 찾았지만 딱히 갈 곳이 없는 출향인들에게 공동세배가 이뤄지는 마을회관은 고향의 정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윤정국 이장은 "운곡마을공동세배는 마을의 자랑이자 갈수록 ‘바쁘다’는 등의 이유로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마을주민과 출향인이 한자리에 모여 고향의 정을 나누는 자리다“며 "공동세배의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미경 기자 mkp0310@hanmail.net        박미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