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이 부조리 척결을 위해 추진한 ‘화순군 부조리 신고 보상금 지급 조례’ 제정이 화순군의원들의 반대로 보류됐다.

의원들은 겉으로 이런저런 이유를 댔지만 정치적 노선이 다른 공무원 죽이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며,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우려된다며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언제는 “원칙이 아니면 상급자가 부당한 지시를 하더라도 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더니 “공무원들이 군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일을 하다가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한 부조리는 보호해야 한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 행위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면서도 제도시행을 통해 내년 선거에서부터 공무원들의 정치적 줄서기를 막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집행부는 “공무원 줄서기,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 등으로 인한 부조리를 없애고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를 만들려는 것이다”며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묵살 당했다.

화순군의회 총무위원회는 20일 열린 제192회 화순군의회 1차 회의를 통해 집행부가 승인 요구한 ‘화순군 부조리 신고 보상금 지급 조례 제정안’을 심의했다.

이 조례는 화순군 공무원과 계약직 직원의 부조리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공무원 등이 직무와 관련한 지위나 권한을 이용해 본인 또는 제3자가 부당한 이득을 얻거나 위법 또는 중대한 과실로 군 재정에 손실을 끼치는 행위, 직무와 관련해 금전ㆍ부동산ㆍ선물 등을 받거나 향응을 제공받는 행위,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다른 공무원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알선·청탁 행위, 군 청렴도 훼손행위 등을 신고하면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것.

이에 대해 문행주 의원은 “보상금 지급조례를 만든다고 해서 공직사회가 맑아지겠냐”며 “기존 제도나 잘 운용하라”고 힐난했다.

문 의원은 “국가공무원법이나 공무원윤리강령이 정확히 지켜지고 잘잘못에 대해 상과 벌을 주는 일이 엄격하고 공정하게 지켜진다면 부조리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부조리 신고에 따른 금전적 보상이 이뤄질 경우 사회적 고발 분위기와 갈등이 조성되고, 특히 군의 잘못된 정책적 판단에 의해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 등으로 어쩔수 없이 발생한 일에 대해서도 범죄화한다면 공직사회가 경직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지락 의원도 “보상금이 지급되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을 것”이라며 “공무원이 정책적인 행정을 수행하다가 발생하는 일은 우리가 안고가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주장했다.

‘중대한 과실’, ‘군 청렴도를 훼손하는 행위’ 등 부조리의 범위도 구체적이지 않고 포괄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선 의원은 “내년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며 “정작 중요한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 행위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고 지적했다.

류경숙 의원은 의도적인 공무원 죽이기를 우려했다. 보상금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뇌물을 주거나 주는 모습을 연출한 후 신고할 경우 공무원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최성기 기획감사실장은 “제도가 시행되면 공무원들이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는 물론 알선과 청탁, 부당한 압력에 대해 과감히 거절하면서 부조리가 없어질 것”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앉아서 출장가는 일도 없어져 예산낭비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직사회에서 묵인되고 있는 공무원들이 부서차원의 비자금 조성을 위해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마치 출장을 간 것처럼 꾸며 출장비를 타내는 일도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제도가 시행되면 공무원들의 줄서기도 없어질 것”이라며 “내년 6월 지방선거와 연동돼 악용될 우려가 있다면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선거 이후에 시행하겠다”면서 한발짝 물러서는 모양새도 취했다.

최성기 실장은 “부조리의 범위도 ‘위법한 사실행위’로 국한하고, 포괄적 내용의 ‘군 청렴도를 훼손하는 행위’도 삭제하겠다”며 강력하게 승인을 요구했지만 의원들의 반대를 꺽지 못했다.


박미경 기자 mkp0310@hanmail.net        박미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