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이식 화순군수가 화순농특산물유통회사(이하 화순유통)의 청산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청산에 대한 책임은 전모 전임군수와 관련예산을 승인해 준 화순군의회로 돌렸다.

화순군과 화순관내 지역 농축협, 영농조합법인, 농민 등이 출자한 80여억원의 전액 회수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화순유통은 최근 화순군의 추가출자와 중앙부처 공모사업인 50여억원 규모의 농산물산지유통센터 건립이 무산되면서 청산을 위한 수순이라는 시선을 받아왔다.

하지만 화순군은 화순유통의 청산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해 왔다. 청산이 공식화될 경우 채권자들의 압박과 채무자들의 변제 회피 우려 등이 이유였다.

화순군은 공무원들에게 마을별 할당액까지 정해주며 화순유통 출자금을 모금하면서 화순유통이 대박을 내고 거액의 배당금을 나눠줄 것처럼 지역민들에게 장미빛 환상을 심어 주었다.

화순유통에 출자한 상당수 농민들이 화순유통에 대한 출자가 화순군에 의해 조직적이고 반강제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순유통의 청산이 지역 사회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순유통은 총 100억원의 자본금을 목표로 2009년 3월 설립됐으며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화순관내 농업인 등 4,800여명으로부터 총 81억여원의 출자금이 모집되었다.

이중 화순군이 출자한 금액은 30여억원이며, 농협이나 영농조합법인, 대규모농가를 제외한 소규모농가들이 출자한 금액만 35억여원으로 전해 지고 있다.

화순유통은 유통을 책임지면서 생산자에서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많게는 6~7단계에 이르는 유통단계를 줄이고 생산자는 고품질농산물 생산에만 전념하며 가격을 보장받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립됐다.

하지만 화순유통의 경우 핸들링을 통한 영업에 의존하면서 유통단계를 줄이는데 큰 몫을 하지 못했고 이는 2011년 57억원 상당의 곡물사기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시 곡물사기는 생산자(농민)→ 농협→ 화순유통→ 중간상인→ 농협 또는 중간상인→ 소비자 등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유통구조 속에서 발생했다.

또 여러 단계에 걸친 복잡한 유통구조 속에서 물량과 물품대금이 중간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현재 화순유통이 진행 중인 규모가 큰 채권채무 소송은 중간에서 사라진 물량과 물품대금을 누가 가져갔는지를 찾아내기 위한 소송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화순유통이 청산할 경우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이들은 소규모농가들이다.

농협 등의 경우 화순군 등으로부터 많게는 100억원 가까운 보조금을 받는 등 소규모농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순군 등으로부터 받은 보조금이 많다.

화순유통에 출자한 금액을 날리더라도 보조금을 받은데 따른 수수료로 치부할 수도 있는 셈이다.

화순유통이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보고한 2012년말 기준 자산은 83억 6,300만원, 이중 부채가 76억 5,900만원으로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본은 7억 380만원이다.

화순유통이 받아야 할 채권액은 50건에 94억 1,800만원, 이중 회수가능한 채권액은 74억 1,300만원으로 20억 500만원은 회수불가능한 것으로 봤다.

화순유통이 갚아야 할 채무는 4건에 44억 500만원이라고 보고됐다. 당시 주주총회 보고대로 채권채무가 정리될 경우 40여억원은 남는다는 계산이지만 40여억원의 자본손실은 불가피한 상황인 것.

하지만 회수가능하다는 채권액을 전부 회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데다 채권채무가 정리될때까지 소요되는 화순유통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화순유통이 청산될 경우 출자자들이 지역별 할당액까지 정해 공무원들을 동원해 출자금을 모금한 화순군에 책임을 물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와 관련 홍이식 군수는 지난 13일 제191회 화순군의회 임시회에서 “화순유통이 현재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조유송 의원이 군정질문을 통해 “화순유통이 청산절차를 밟는다고 하지 않았냐"고 물은데 따른 것이다.

특히 홍 군수는 “화순유통은 설립에서부터 부도 전까지 전모 전임군수 때 일어난 일”이라고 강조하고 “의회에서 회생하지 못하도록 청산절차를 밟으라고 해서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며 청산에 대한 책임도 의회로 돌렸다.

한편 지난해 8월 화순군의회는 민주당 원구성 '참패'로 지역정가에 지각변동을 예고 했다.

민주당은 의장과 부의장, 운영위원장, 총무위원장, 산업건설위원장을 비롯해 각 상임위원회 간사까지 무소속의원들에게 싹쓸이로 내 줬다.

특히 (현)민주당 의원들은 '그동안 각종 보조금 의혹과 관련 더 큰 피해를 막고, 화순유통으로 인해 오랜동안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였고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있다'며 박광재 의장(무소속)에게 특위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화순 유통을 둘러 싸고 있는 각종 의혹들을 화순군의회가 속시원하게 밝혀 내자는 (현)민주당 의원들의 제안은 (현)무소속의원들의 반대로 특위 구성은 번번히 무산 되었으며 군민들의 비난을 받아 왔다.


박미경 기자 mkp0310@hanmail.net        박미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