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전반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하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우리나라 학생의 대부분은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해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를 최소 12년 이상을 감당해 내야 한다.

대학 진학 후에도 좋은 일자리는 정해져 있어서 취업의 관문 통과를 위해 10년 내·외의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한다.

좋은 직장 구하면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 줄로 알았는데 좋은 직장일수록 직장 내 경쟁도 치열하여 이 또한 큰 스트레스이다.
직장 퇴직 후에는 평온하고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으로 희망하지만 그런 희망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직장인은 많지 않은 듯하다.

매일 매일 접하는 뉴스는 이 사회가 그래도 살 만하다고 느끼게 하는 흐뭇한 미담보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인들의 발언과 행위들,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국제행사에 관한 소식, 독립 영웅의 흉상을 철거한다는 참으로 어이없는 개탄할 소식, 무고한 행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칼부림 사건, 학교 선생님들의 잇단 자살 소식, 은행 직원의 수천억 원대의 횡령 사건 소식, 암울한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한 소식들이 주를 이룬다.

이런 한국 사회에서 스트레스받지 않고 마음의 평안을 얻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산속에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충분히 이해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런데도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이 돌아왔다. 추석이 되면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고향이 생각나고, 조상의 은덕을 잠시나마 기리게 되고, 부모와 형제를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들은 부모와 형제를 그리워하는 시기이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예기(禮記)” 단궁상편(檀弓上篇)에 나오는 것으로 그 뜻은 여우가 죽을 때에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바르게 하고 죽는다는 말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비유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는 마음’을 일컫기도 한다.

경쟁과 이에 따른 스트레스가 심한 우리 사회에서 편히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런 와중에 “추석”이라는 시간은 경쟁을 잠시 멈추고 고향과 부모, 형제라는 쉼으로 가는 시간이다.

“고향”이라는 공간은 익숙하고 친근한 환경과 지인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 쉼을 갖는 공간이다.

그러나 추석이 쉼의 시간과 공간이 되지 못하고, 억지로 어쩔 수 없이 추석을 맞이하는 불우한 이웃들에게는 명절은 평소보다 더한 스트레스 기간이 될 수도 있다.

요즘 같은 불황의 시기에 우리 이웃 중에는 분명 그러한 이웃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 이웃들을 배려하고, 실제적인 작은 도움이라도 주는 것이 ‘아름다운 추석’의 의미일 것이다.

아름다운 추석을 이 나라의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에게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비례해서 클 것이다.

돈 많은 재벌들이 아름다운 추석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재벌기업들의 근본 속성은 자신들의 이윤추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사회 시스템도 아직 저절로 아름다운 추석을 제공해 주는 것도 아니다.

녹녹지 않은 삶을 함께 살아가는 서민들끼리 서로를 도와 아름다운 추석을 만드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추석을 맞아 잠시 경쟁을 떠나서 내 이웃을 배려하고, 돕는 것이 진정한 수구초심의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예기(禮記)에서는 이 수구초심을 인(仁)이라고 언급하였다. 인(仁)을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사랑일 것이다. 올 추석에 수많은 수구초심의 보름달이 뜨기를 희망한다.

- 필진약력 -
김병진대표는 화순읍 출신으로 화순초등학교(60회), 화순중학교, 화순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대학원/경영학석사" 졸업 (現) 에듀맥스 대표이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동창회 이사를 엮임하고 있으며, (현)경찰대학 외래교수, 경영학박사로 자기개발 교육부에 있어서는 스타강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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