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후 억대 부농인으로 능주에서 복숭아 농장 풀잎농원을 운영하며 공부하는 농부, 노상현씨를 만나본다

◇“농사일, 세상에서 제일 어렵더라”
노상현씨는 처음부터 직장생활을 하면서 소위 말하는 투잡으로 직장생활과 병행해 부모님과 농사를 함께 짓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농사에 뛰어든 계기가 있었다.

2000년대 초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지시고 그가 직접 농사를 도맡아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직장생활과 병행하는 농사짓기를 한 15년 정도 했다. 노상현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렇게 농사를 지어보니 농사가 세상에서 제일 어렵더라” 고 말한다.

풀잎농원 대표 노상현씨 부부.

◇귀농, 친환경농사의 시작
그런데, 가장 큰 걸림돌이 독한 농약을 사용한 농사가 그에 몸에도 힘들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농약을 하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없나?” 고민을 하게 됐고, 귀동냥으로 농약을 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친환경농업에 대해서 알게 됐다.

그때부터 친환경농업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친환경농업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제초제등 농약을 3년 이상 땅에 뿌리지 않아야했다. 농약을 하지 않고 풀만 베어가면서 친환경농법 공부도 해가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수소문 끝에 친환경 농업을 하고 있는 명인들, 선배농민들을 찾아다니고 유기농연구소에서 기본교육과 전문가교육도 수료했다. 이후 저농약 인증을 받았고, 3년 후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2011년 말, 회사에 사표를 냈다. 이후 2012년 2월 15일, 광주생활을 정리하고 지역 뉴타운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된 귀농촌인 능주햇살 마을에 입주를 하고 완전히 귀농하게 됐다

◇농사도 공부가 뒷받침 돼야
이후 노상현씨는 친환경농업 관련 공부를 멈추지 않고, 무농약인증과 유기전환기를 거쳐서 2015년 유기농으로 인증을 받았다. 또 노상현씨는 대학 평생교육원 수료, 유기농대학, 마이스터대학 원예학과 복숭아과정 졸업등 여러 기관의 교육을 받으면서 습득했던 것을 친환경농법에 적용시켰다.

노상현씨는 공부를 꾸준히 해나가고 있는 지금도 유기농 농사는 역시 힘들다고 말한다. 살균,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아 전체적인 재배과정도 힘들 뿐더러,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상품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농사 짓기는 변화, 교육만이 해법
계속 변화를 주고 시행착오를 극복해가면서 나가는 것이 농사다. 귀농도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농사짓기에 있어 초보 귀농인은 못하고, 귀농이 아닌 기존 농부가 농사를 더 잘 짓는냐?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그가 그동안 친환경 농사 관련해 수많은 교육수료증을 취득하고, 마이스터 대학을 졸업하고도 현재까지 교육을 꾸준히 쫓아다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게 해야만 유기농 농사에 대한 교류를 할 수 있고 새로운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교육에 참여함으로서 해년마다 변화된 농사의 과정을 알아갈 수가 있다.

◇판로개척과 홍보가 관건
처음에 판로개척이 상당히 어려웠다. 그 이유는 친환경 농산품의 경우, 단가도 비싸고, 물건을 제 때 판매해야한다는 부담감이 만만치가 않았다. 배나 사과 같은 종류는 저장성이 높지만, 햇과일인 복숭아 같은 경우 잘 물러지고 저장기간도 짧아 제 때에 판매해야하기 때문이다.

일반작물 재배 시 공판장등 직거래를 할 수 있고, 농산물의 가격이 정확히 나오는 게 現 실정이다. 하지만, 유기농 작물은 그렇지가 않다. 또 블러그와 친환경 매장을 선점하는 것이 우선이다.

블러그는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데, 요즘 소비자들은 무작정 친환경마크만 있다고 덜컥 구입하지는 않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친환경 먹거리이기 때문에 농사를 어떻게 짓고 있는지 직접 블러그를 통해 보고나서 안심을 하고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도 전반적인 농산물 관련 정보를 고객들에게 신속하게 올려 제공하고 있다.



◇팜파티 연구사업 시범농장
팜파티란 식상한 농촌체험관광을 보완해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원, 동신대, 농가가 참여해 2012년부터 2년간 화순에 다섯 농가와 해남의 다석 농가가 선정된돼 연구사업을 실시했다.

화순은 1일코스, 해남은 1박 2일 코스로 진행 됐는데 노상현씨의 풀잎농장에서 매년 복숭아 수확 시기가 되면 팜파티를 진행했었다. 우수고객 초청, 체험, 홍보, 런칭등 여러 가지 파티들로 진행되다보니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복숭아 단일품종으로는 어려워 틈새 품목으로 올해부터는 체리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체리따기 체험등 팜파티를 진행할 예정이다.

◇귀농에 대한 현실적 조언
노상현씨는 억대연봉 귀농인으로 방송과 언론매체에 소개도 자주 됐었지만, 농촌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부각시키는 게 못내 안타깝다고 한다. 농민들이 소위 말하는 돈 잘 버는 투자가나 사업가가 아닌데 말이다.

농사를 단순히 돈 쪽으로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옳지가 않다. 유기농은 미래의 생명농업이고 연속 가능한 농업인 것이다. 생명농업을 하면서 먹거리자체를 유기농으로 가꾼다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전남 유기농 인증 1호로서 유기농 농사를 지으면서 나름의 자신감을 갖고 긍지와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유기농 농사를 포기하지 않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정한 땀의 가치, 농사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진정한 농사의 가치를 강조하는 노상현씨의 말처럼 많은 귀농인들이 땀의 가치를 깨닫고 화순 미래농업의 단초가 되기를 바래본다.


정소윤 기자 mire5375@hanmail.net        정소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