恨 서린 너릿재에서 Joyful 너릿재로

박재완 여행작가와 떠나는 화순 기행<1>
2019. 04.09(화) 15:24확대축소
화순 너릿재 유래비.


요즘 같은 꽃피는 주말이면 곳곳이 교통체증으로 혼잡스럽고, 답답한 차 속에 장시간 있다 보면 짜증도 나지만 활짝 핀 꽃을 보면 금방, 기분이 금방 싹 풀린다. 이럴 때 호랭이 담배 피우는 시절 이야기나 던져볼까 한다.

광주에서 화순을 넘어가기 위해, 또 화순에서 광주 넘어오는 길에 괴나리봇짐을 짊어지고 넘나들던 고갯길이 있다.

그 길을 우리 표현으로 넓적한 둔치가 있어 널재라 불렀다 하며, 또한 식자들이 기록물에 글을 쓰려 하니 ‘널재’란 적당한 표현이 없어 판치(板峙)라 하였다고 한다,
문뜩 얼마 전에 공연된 “너릿재 연가”에서 배우가 읊조린 대사 한 대목이 머릿속을 스치고 간다.

“그려, 엄니가 너릿재고, 너릿재가 에미고, 니그 아버지가 너릿재고, 너릿재가 아부지고, 너릿재가 내 아들이고…”

남도 사람들은 늘 상 넘나들었던 길이고, 늘 우리 곁에 있으면서 우리의 일상을 지켜봤던 고갯길, 재 너머로 시집간 딸을 보내며 눈물 흘리던 친정엄마, 화순, 보성, 장흥, 고흥을 다니던 등짐장수보부상의 길목으로, 고갯길에는 주막도 있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한 주막도 있어 막걸리 한 사발에, 지친 육신의 피로를 풀었을 주막에는 기묘사화 때는 조광조가 능주로 유배 가면서 목을 축이기도 했을 것이며, 기축옥사로 42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정곡 조대중도 이 길을 넘으며 무등산 정상을 바라보며 심안(心眼)으로 글을 셨을 길목이며, 민초들의 함성이었던 동학농민운동 때에는 농민군들이 엄동설한에 너릿재 동쪽 화순 이십곡리 입구에서 집단을 학살당했고, 해방 후 정치적 혼란기에는 화순탄광 노동자들이 광주 시내로 진출하려다 미군과 경찰에게 저지당하며 유혈사태가 일어나기도 했고, 한국전정 때에는 좌우 이데올로기에 대립하기도 했으며, 80년 5월에 공수부대의 만행에 맞선 시민군들이 화순 광업소 무기로 공수부대를 몰아낼 때 넘었던 고개도 바로 너릿재였다.

“구전에 의하면 옛날 깊고 험한 너릿재를 넘던 사람들이 산적이나 도둑들에게 죽임을 당해 판, 즉 널에 실려 너릿너릿 내려온다고 해서 너릿재라고 불렀다고도 하며, 1894년 동학농민운동 때 처형된 농민군들의 널을 끌고 내려왔다 해서 널재에서 너릿재로 바뀌었다고 한다”

아무튼 억울한 죽임을 당한 아프고 슬픈 역사의 현장으로, 이 지역에서 오죽했으면 옛날에 행실이 고약한 사람에게 "칼 들고 너릿재나 갈 놈"이란 말이 생겼을까?

1970년대 초반에 굴을 뚫어 도로를 완성 시킨다. 이것이 바로 화순 너릿재 터널이다. 그 전에는 광주와 화순군 사이에는 변변한 도로 없이 그저 '너릿재'라고 불리는 작은 신작로고갯길 하나만이 있었다.

그길로 금성여객, 광전교통 등 숱한 버스가 위태위태하게 비포장 덜컹거리는 고갯길을 다니다가. 갑작스레 폭우, 폭설이 내리면 너릿재 초입에서 버스는 회차여 광주로 돌아가 버리면, 광주로 오가던 사람들은 망연자실 걸어서 그 고갯길을 넘어 다녔던 추억에 길이다. 고갯길이 하도 좁고 구불구불하고 위험해서 터널을 건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결국 왕복 2차선으로 된 터널을 건설하게 된다.

그리고 터널 완성되고 어느 날부터 도회지 사람들이 시나브로 화순으로 모여들면서 화순 이양까지 교통체증이 생기면서 90년대 초반 터널 옆으로 왕복 4차선으로 만든다, 그리고 22호 국도와 연결되고, 29번 도로까지 연장되면서, 2014년에는 신 너릿재 터널까지 완공이 되면서 우리의 뇌 속에 망각의 너릿재로 남아 있는 듯하다.

무등산 탐방 안내도.


너릿재 명품숲길을 싸묵 싸묵 걷노라면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동호회부터, 인근 직장에서 점심 후 산책 삼아,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삼삼오오 걷는 젊은 직장인과 주변 아파트에서 산책하러 나온 주민 등등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광주 경계까지는 포장도로, 화순 구간은 보기 드문 비포장도로 구간으로 정겨움이 묻어나는 구간으로, 그 구간을 조금 걷다 보면 진짜 같은 옛길, 나무꾼 길처럼 보이는 길도 있으며, 편백 숲길, 사각거리는 대나무 숲길, 모든 것을 즐거운 길이 우리 늘 반기는 명품 길이다.

/남도마실길 박재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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