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의 대표 지역축제로 자리매김한 국화향연이 개막 1주일여 만에 26만여명의 관람객들이 축제장인 화순읍 남산공원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대박이다.

이처럼 국화향연에 관람객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다양한 국화 종류만큼 무지개를 펼쳐놓은 듯 색깔이 고운데다 해바라기, 코스모스, 목화, 아마란스, 억새, 수수, 핑크뮬리 등 여러 종류의 꽃들이 국화와 채소밭 등과 어우러지며 화순만의 독특한 풍경이 장관을 이루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개막한 화순 국화향연은 ‘김삿갓이 머문 국화동산으로!, 산 너머 국화밭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화순읍 남산공원 일원에서 오는 12일까지 17일간 열린다.

그런데 지역민들의 국화향연 축제장인 남산공원 입구에 느닷없이 ‘화순농특산물유통회사 주주들의 피해를 보상하라’는 집회천막이 들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국화향연 축제기간 중에 특정단체가 구충곤 군수의 공약이었던 ‘화순유통 출자금 보상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나서 지역민들 사이에서 ‘누가 사주했다’는 배후설 등 온갖 뒷말이 무성하다. 현재 집회천막을 보면 국화향연 축제장 앞에서 내년 6월 13일 치러질 지방선거를 의식해 군수의 흠집내기 또는 망신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본지는 그동안 화순농특산물유통(주)의 설립과 청산, 집회천막 의혹 등에 대해 세세하게 들여다봤다.

화순 국화향연이 열리고 있는 남산공원 입구에 볼썽사납게 설치돼 있는 집회천막의 모습.

◇화순농특산물유통(주) 설립 언제?

농업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2008년 추진한 ‘시군 유통회사’ 설립지원 사업에 화순군이 공모해 선정됐다. 당시 전완준 전 군수 시절에 골칫거리로 전락한 화순농특산물유통회사 탄생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화순농특산물 유통의 출자금은 2009년 2월 23일부터 같은해 3월 9일까지 농업인이 60%를 차지해 18억원을, 화순군이 12억원을 출자해 총 30억원을 모집했다. 주식배정은 발기인 810주, 농업인 181,673주, 지자체 117,517주 등 총 3,249명에 대해 주식배정을 마치고 같은해 3월 27일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이후 2009년 4월 1일 전완준 전 군수 시절에 군민들의 기대 속에 출범한 화순유통은 농업인 4,763명(39억3400만원)을 비롯해 화순군(32억3000만원), 농협 7곳(4억9900만원), 영농법인 1곳(3억2700만원) 등 총 4,811명이 83억6100만원을 출자했다.

이같이 전완준 전 군수시절에 화순농특산물유통(주)이 본격 출범해 운영에 들어간 것이다.

◇예견된 화순농특산물유통의 몰락

전완준 전 군수시절에 지역민들의 큰 기대 속에 출범했다. 당시 화순군은 공무원들에게 마을별 할당액까지 정해주며 화순유통 출자금을 모금하면서 화순유통이 대박을 내고 거액의 배당금을 나눠줄 것처럼 지역민들에게 장밋빛 환상을 심어 주었다.

하지만 화순농특산물유통회사는 임직원들의 온갖 비리와 방만한 회사운영, 각종 사기와 부당거래 등으로 자본금 80여억원이 대부분 잠식돼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가장 큰 이슈였던 2011년 화순유통은 57억원 상당의 곡물사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불과 화순유통 설립 2년여만의 일이다.
당시 곡물사기는 생산자(농민)→ 농협→ 화순유통→ 중간상인→ 농협 또는 중간상인→ 소비자 등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유통구조 속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 2013년 5월부터 화순유통은 업무를 중단하고, 채권채무 및 소송 업무에만 매달려 오다가 결국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화순유통 청산 공식입장 언제?

2013년 9월에 홍이식 전 군수가 ‘화순농특산물유통회사의 청산을 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군수의 첫 공식입장 발표였다. 당시 홍 군수는 청산에 대한 책임은 전임군수와 관련예산을 승인해 준 화순군의회로 돌렸다.

화순군과 화순관내 지역 농축협, 영농조합법인, 농민 등이 출자한 80여억원의 전액 회수가 어려운 상태였기 때문다.

화순유통은 화순군의 추가출자와 중앙부처 공모사업인 50여억원 규모의 농산물산지유통센터 건립이 무산되면서 청산해야 한다는 기류가 사실 이때부터 대두됐다.

◇결국 화순유통 파산선고

이런 우여곡절을 끝에 화순유통은 지난해 12월 15일 임시 주총을 통해 파산 결의를 한 이후 올해 초 법원에 파산을 신청해 지난 3월 15일 법원으로부터 최종 파산선고를 받았다. 현재는 법인 해산절차 중이다.

이에 따라 화순군은 4월 초에 주주에게 화순유통 파산과 관련, 군 입장을 담은 서한문을 발송하게 된다.

구충곤 군수의 이름으로 보낸 서한문에는 출자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인 한계 등으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파산에 이르게 된 데 대한 안타까움과 죄송함이 담겨 있다. 이로 인해 화순유통은 법적인 청산을 맞게 된 것이다.

◇화순군이 풀어야 할 문제

구충곤 군수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화순유통 피해 주주들에게 출자금 완전보상을 공약했다. 국화향연 축제장인 남산공원 입구에 집회천막을 친 주최측은 구 군수의 출자금보상 공약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이를 보듯이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는 이 문제가 가장 큰 지역의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 군수도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을 터 이 문제를 어물쩡 넘어가려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선거는 상대방이 있는 법, 화순유통 출자금 보상 문제는 끝까지 물귀신(?) 작전으로 물고 늘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왕 맞을 매라면 지역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명이든지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군은 그동안 철저한 진상규명과 출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해 왔다.

구충곤 군수 올해 보낸 서한문을 통해 일어탁수(一魚濁水)라는 고사성어를 예로 들며 ”한사람의 잘못이 여러 사람에게 해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앞으로 많은 사람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 군수가 어떤 묘수로 돌파구를 찾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축제날 화순유통 문제 삼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화순 국화향연 축제로 연일 관람객들로 화순군이 들썩이고 있다. 국화향연을 찾은 관람객은 5일 현재 26만명을 넘어섰다. 여타 축제에서 보기드문 수치다.

하지만 이런 국화향연 축제 속에서 지역민들의 시선을 불편하게 만드는 남산공원 입구에 설치된 집회천막이 온갖 의혹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어 논란이다.

군민 모두가 즐거워해야 할 축제 기간 중에 볼썽사나운 집회천막은 지역민들이 의구심을 가지며 삐닥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집회천막은 지난달 27일 국화향연이 시작되기 전인 23일 경찰에 집회신고를 마치고 축제기간에 집회에 들어갔다.

현재 화순유통 소액주주 손해배상 소송 추진위원회(위원장 김규종)는 출자자 소액피해 주주들의 의견을 모아 피해보상에 따른 법적절차를 밟고 있다.

소액 피해주주 3,319명이 소장을 접수해 전체 주주 중에 80%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또 다른 화순유통 출자금 완전보상 촉구 위원회가 탄생해 이달 초부터 활동을 막 시작했다.

이같이 화순유통과 관련한 소추위가 출범해 소송 등 활동하고 있는데 또 다른 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을 두고 지역사회에서 이러저런 ‘썰’이 나돌고 있다.

구충곤 군수의 입장에선 불편한 ‘화순유통 출자금 보상 공약’건을 꼬집어 내년 지방선거에서 쟁점화 또는 이슈로 부각시키기 위해 급조된 위원회가 아닌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추위 관계자는 “이번 집회천막 설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하지만 말을 하지 않아도 누가 했는지는 군민들이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에둘러 말했다.

‘잔칫집에는 같이 가지 못 하겠다’라는 속담이 있다. 경사스러운 자리에서 남의 결점을 들춰내 남의 좋은 일을 그르치게 하는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경사스런 날에 서로 화합하고 소통하는 마음으로 지역 이미지를 쇄신하는데 힘을 모아야지 외지인 관람객도 적지 않은 판에 축제장 입구에서 화순 이미지에 먹칠하고 군수를 망신주기 위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선 천막집회에 대해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굳이 집회를 하고자 한다면 군청광장 정문 앞이나 광덕사거리 등 다른 장소가 많은데 국화축제로 군민과 외지인들의 왕래가 많고 모두 다 보는 축제장 앞에서 그것도 잔칫날에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된다.

게다가 며칠 전부터 할머니들을 동원해 출자금 전액보상을 촉구하는 전단지를 살포해 더욱 의문이 커지고 있다.

축제기간에 진정성을 보이고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고자 한다면 자신들의 주장을 얼마든지 자유롭게 펼칠 군청광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직 지방선거를 의식해 군수를 깎아내리고 망신을 주기위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젠 군민 모두가 망신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성권 기자 ksg5726@naver.com        김성권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