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의회가 화순군의 화순농특산물유통회사(이하 화순유통)에 대한 추가출자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화순유통이 사실상 파산상태로 아무런 사업도 하지 않고 있는데다 추가출자금의 대부분이 직원인건비로 쓰여질 예정이어서 추가출자를 해서라도 유지시킬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인지에 대해 논의할 시간을 번 것이다.

하지만 불과 며칠 전 추가출자를 승인했다가 재심의(번안)를 통해 추가출자 승인 여부를 부결시키면서 의회의 각종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혹을 자처했다.

화순군은 지난 11일부터 열린 제207회 임시회를 통해 화순군의회에 화순유통에 대한 1억 2천만원의 추가출자 계획 승인을 요구했다.

이에 해당 상임위인 총무위원회(위원장 정명조, 이하 총무위)는 지난 12일 예비심사를 통해 "오는 12월 화순군 새해예산 심사과정에서 화순유통에 대한 향후 추진계획서를 검토해 예산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단서를 붙여 조건부승인했다.

하지만 조건부승인의 경우 집행부가 반드시 조건을 지켜야할 법적인 의무가 없어 화순유통 추가출자에 대한 지역사회의 불편한 시선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것이 대체적인 시선이다.

화순유통에 1억 2천만원을 출자해도 좋다고 승인해놓고 지켜야할 의무가 없는 '조건'을 붙여 마치 추가출자를 승인하지 않은 것 같은 모양새를 취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화순유통 추가출자에 따른 예산심사는 총무위가 아니라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소관이지만 총무위와 산건위 사이의 의견조율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추가출자를 승인했던 총무위원회가 재심의를 통해 화순군이 승인요구한 화순유통 추가출자계획안을 부결시키면서 화순유통에 대한 추가출자계획 승인여부는 다음 회기에 다시 총무위원회에서 심사할 것으로 보여진다.

재심의에서는 강순팔 박광재 의원은 화순유통 추가출자에 찬성, 김숙희 정명조 의원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편 화순군과 화순지역 농업관련단체, 농민들의 출자로 2009년 설립된 화순유통은 설립 2년여만에 57억원 상당의 곡물사기를 당하면서 80여억의 자본금을 전부 잠식당하고 현재 30여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사실상의 파산상태다.

화순유통 설립을 주도했던 전완준 전 군수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중도하차하고 홍이식 전 군수가 당선되면서 최대주주인 화순군은 "화순유통을 청산할 수밖에 없다"며 2014년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청산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역농협 등 대주주들이 주주총회에 대거 불참하면서 성원을 채우지 못해 주주총회 자체가 무산됐고, 구충곤 군수가 당선되면서 '화순유통에 대한 진상조사 후 청산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입장을 바꾼 상태다.

화순군이 약속한 청산여부 결정 시한은 오는 연말까지다. 하지만 이선 화순군의회 의장에 따르면 "구충곤 군수는 화순유통을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청산으로 가닥을 잡을지는 미지수다.

화순유통을 둘러싼 각종 채권채무 소송이 대부분 마무리된 상황에서 최근 화순유통이 화순군과 함께 K사를 상대로 채권확보소송을 제기한 것도 화순유통을 청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80여억원의 자본금을 전부 잠식당하고 30여억원의 채무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K와의 소송이 화순유통의 재정상태를 개선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승소여부도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나 K사와의 소송을 통해 얼마의 채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채권확보를 위한 소송이라기보다는 화순유통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소송이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을 받고 있다.

박미경 기자 mire5375@hanmail.net        박미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